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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기업 오너의 탈세와 재산 도피, 철저히 수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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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와 그제, 대기업 오너의 도덕성과 불법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어제는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이 245명이라면서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동생인 조욱래 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이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틀 전에는 검찰이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하나같이 국내 유수의 대기업 오너란 점에서 그 충격과 파장이 대단하다.

 물론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고 본다. CJ는 수사 단계일 뿐 혐의가 확정된 건 아니며,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도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이라고 보는 건 그런 의혹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미치는 파장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세피난처는 그동안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통로로 사용돼 왔던 게 사실이다. 출발부터가 마약과 도박 등 검은돈의 은닉처였다. 지금은 기업들이 이익이 나면 세율이 낮은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리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역외 탈세를 해왔다. 그렇지 않으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 때문에 지난달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은닉한 사람들의 명단이 공개되자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던 것이다. 프랑스 예산장관은 사임했고, 몽골 국회 부의장은 은퇴했으며, 각국 정부는 추가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도 뉴스타파의 명단 공개를 계기로 철저한 수사 및 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가 비자금 조성과 역외 탈세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CJ그룹 수사도 엄정하고 신속해야 한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CJ의 불법은 명백하다. 해외 법인을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 창구로 사용했으며, 이 돈을 다시 차명계좌를 통해 불려왔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CJ의 설명은 다르기 때문에 검찰은 불법 여부를 정확히 규명해야 할 책무가 있다. 다만 검찰 수사 자체가 기업 경영 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사는 신속하게 전개돼야 할 것이다.

 사실 금융위기를 전후해 기업인 등 유력 인사들의 불법 해외 재산도피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실제로 관세청은 불법 해외 재산 도피액이 2007년 166억원에서 2011년 2737억원으로 늘었다, 국세청은 적발된 역외 탈세 규모가 2008년 1503억원에서 지난해 8258억원으로 급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불법 재산 도피의 급증은 그 자체가 불법일 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대단히 심각하다.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반감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기업과 오너들의 대오각성이 절실히 요청된다. 정당하고 합법적이며 투명한 경영만이 기업과 국민, 국가 경제가 상생하는 유일한 방안이란 점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