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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빌, 해외법인 빚보증 538억 … 자본금의 7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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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CJ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CJ그룹이 운영 중인 해외법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7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고 있다. 해외법인이 실제로 제조나 영업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위장·가공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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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그룹은 국내보다 해외에 더 많은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CJ그룹의 국내 계열사(법인)는 80여 개이지만 해외에 설립한 법인은 140여 개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30여 개가 지난 한 해 동안 집중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국내 계열사가 투자해 설립한 이들 해외법인의 실적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미국과 중국·일본·베트남 등에 법인이 있는 CJ푸드빌의 경우 본사가 지난 한 해 동안 해외법인에 약속한 채무보증액만 538억원에 달한다. 이는 CJ푸드빌 자본금의 74%에 이르는 금액이다. 회사 측은 “해외에 매장을 집중적으로 늘리면서 투자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실적 악화와 채무보증 증가는) 국내와 달리 투자 원금 회수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해외시장의 특성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실적이 악화돼 본사 경영에 위험 요인이 될 정도인데 해외법인 수를 크게 늘린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CJ 외에 다른 몇몇 기업도 해외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기업은 해외 수출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통한 역외탈세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B기업 역시 해외법인이 부품을 수입하면서 납품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비자금 수백억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외법인은 외국에서도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악용되곤 한다. 미국에선 선빔이라는 가전회사가 해외법인을 통해 수백억원어치의 제품을 밀어내는 식으로 본사 실적을 부풀렸다가 적발된 바 있다. 영국에서도 맥스웰커뮤니케이션스라는 출판사가 스위스에 있던 해외법인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물의를 일으켰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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