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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오너 측, 해외 비자금으로 자사 주식 차명매매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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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 관계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CJ그룹 본사에서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안성식 기자]

CJ그룹 오너인 이재현(53) 회장 측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로 자사 주식을 차명 매입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 회장이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해외 비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관리·운용하려던 과정에서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날 오전 6시20분부터 검사와 수사관 60여 명을 투입해 서울 남대문로 CJ 본사와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장충동 경영연구소, 재무 관련 임직원 자택 5~6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룹의 주요 결재서류가 들어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장부 및 자금 관리 보고서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이 회장의 탈세(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물증을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번 수사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을 겨냥한 검찰의 첫 사정 수사다.

 검찰은 이미 이 회장 측이 2008년께 홍콩의 A법인 명의로 CJ 주식 70억여원어치를 매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A법인은 CJ가 해외 조세피난처에 숨겨온 거액의 돈을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활용한 특수목적법인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회장 측이 제3의 조세피난처에 숨겨놓은 비자금 일부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고, 다시 A법인을 거쳐 차명으로 CJ 주식을 대량 매입해 보유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조세포탈 혐의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전체 비자금 규모가 얼마인지는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명 주식 매입 정황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11년 초 포착해 ‘의심거래’라며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FIU 측은 이 거래가 내부자 정보 등을 활용한 주가 조작 혐의가 짙다고 분석했다. 해당 주식 약 70억원어치가 매입 직후부터 1년여 동안 차례로 팔렸고, 총수익률이 30~40%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매입 시점과 매각 시점 사이에 특별한 주가 상승의 호재가 없었고, 전체 주가 변동폭에 비해 수익률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탈세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또 현재까지 발견된 70억원보다 더 많은 자금이 홍콩 A법인과 위장·가공 거래 등을 통해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금 흐름을 좇고 있다.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이전에도 수차례 불거졌다. 2008년에는 이 회장의 개인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했다는 이모(43)씨가 살인 청부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실체가 일부 드러났다. 서울고법은 당시 항소심 판결문에서 “이씨가 자신이 관리한 차명 재산이 수천억원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했고, 이 회장이 낸 차명 재산 관련 세금이 17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회장 측은 “삼성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에게서 상속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도 이씨를 핵심 인물로 보고 이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키는 한편, 관련 진술을 확보 중이다. 이 회장은 2009년 대검 중수부에 세 차례 불려가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천신일(70) 세중나모그룹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의 국세청 세무조사를 천 회장이 일부 무마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단서를 찾지 못해 사법처리까지 가지는 않았다.

 ◆CJ 외부인 출입 통제=CJ그룹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본사 관계자는 “회장 개인 비자금 문제라고 하니 아는 직원도 없어 모두 숨죽이며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말했다. CJ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본사 정문을 차단한 채 외부인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CJ그룹 측은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며 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특히 검찰이 CJ 경영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완공된 경영연구소는 이 회장이 미래 전략 구상을 할 때 싱크탱크처럼 이용하는 곳이다.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이 회장이 집무실처럼 쓴다. 재무나 회계 관련 직원 20여 명이 근무한다고 전해질 뿐 그룹 내에서도 구체적인 근무 인원과 업무 내용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글=장정훈·심새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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