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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까지 낀 쌀 원산지 세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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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른바 ‘포대갈이’ 수법으로 중국산 쌀을 값이 비싼 국내산 쌀로 포장만 바꿔치기해 시중에 유통한 조직폭력배 등 일당 3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얻은 부당이익은 58억원에 달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1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중국산 쌀 13만 포대(약 2600t)를 국내산으로 속여 전국에 유통한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법 위반 등)로 총책 변모(34)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자금책과 운반·제조·판매책 2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결과 변씨 등은 경기도 하남·광명 일대에 비밀창고를 마련해 2개월 단위로 은신처를 바꿔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로부터 공매받은 중국산 쌀(포대당 1만3000~3만5000원)을 혼합기에 넣어 섞은 뒤 ‘궁중OO’ ‘시골OO’ 등 자체 제작한 10여 종의 국산쌀 상표가 부착된 포장지에 옮겨 담았다. 국내산으로 둔갑한 쌀을 시중 가격(4만~4만5000원)보다 1000~2000원 싼 가격으로 전국 도·소매상 60여 곳에 유통했다. 변씨는 동업하던 최모(37)씨가 부천식구파 조직폭력원 이모(33)씨를 이 일에 끌어들이자 지난해 8월 자신의 고향 후배인 범서방파 이모(40)씨 등 3명을 데려와 두 개 조로 나눠 작업하도록 했다. 경찰은 “조폭들은 금전적 이득을 위해 개인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적 개입 여부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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