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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남양유업 김웅 대표의 사과는 '연출'이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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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누가 웃어? 악수는 누가 해? 대표가 가만히 서 있는 사람(정승훈 총무) 손 억지로 끌어당겨서 잡은 것이지. 사진은 남양유업 홍보팀에서 찍어가더니만 역시나 바로 보도하더군요. 참나, 그날 그럴 것 같더니만… 사실 손목을 잡아당긴 겁니다. 악수가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잘 보세요”(김원영 전 남양유업 응암동 대리점주)

10일 남양유업이 언론사에 배포한 ‘김웅 대표이사가 대리점피해자협의회 정승훈 총무와 화해의 악수를 하는 장면’은 연출된 것이라고 대리점주 측이 주장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은 "화해했다고 한 게 아니라 사과를 했다고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며 "사과를 받아주냐 안 받아주냐를 떠나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말했다.
 
20일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여전히 시위 중인 전직 대리점주들을 찾아가봤다. 본사 앞엔 남양유업의 영업행태를 꼬집은 항의 피켓이 철사에 묶여 고정돼 있었다. 본사 앞 차도에 서 있는 승합차 한 대엔 흙과 우유가 묻어 약간은 오래된 듯한 우유와 주스‧커피 등 재고품들이 세 박스 들어있었다.

 

    ▲ 김원영 전 응암대리점주(왼쪽)와 최근훈 전 능곡대리점주가 20일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차안에는 김원영 전 대리점주가 시위를 잠시 멈추고 쉬고 있었다. 그는 응암동지점에서 밀어내기 압박을 못 견뎌 1월 31일 문을 닫았다. 김씨는 “그날 내가 뒤에 있었어요. 김웅 대표이사가 정 총무 손 끌어당기더니 잡더라고요. 바로 사진 찍어가더니 그렇게 보도자료를 냈더군요. 어이없죠.”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남양유업에서 물건을 너무 많이 밀어내 적자를 반복했죠. 20~30%씩 밀어제꼈어요. 주지 말라고 하면 더 밀어냈죠. 무언의 압박이 컸어요. 하지 말라면 더 밀고, 그만 달라 하면 더 주고…”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대리점 문을 닫은 후 아내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리점을 운영하던 때에도 계속 적자가 났으므로 사실상 아내가 계속 가족을 먹여 살려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1월 28일부터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9일 남양유업이 기자들을 불러모아 대국민 사과를 한 당시 김웅 대표는 “시위하는 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파 부하직원들을 시켜 원인을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피드백이 없었다”고 밝혔다.

    ▲ 10일 남양유업 홍보팀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사진(1). 김웅 대표이사(오른쪽)가 머리를 숙여 정 총무의 손목을 잡고 있다.

    ▲ 10일 남양유업 홍보팀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사진(2).

그러나 대리점주들은 한결같이 “거짓말이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같은 차량에 탑승해 있던 최근훈 씨는 “김웅 대표가 우리를 벌레 보듯 쳐다보며 지나갔는데 무슨…”라고 진술했다. (능곡대리점을 14년간 운영해온 최씨는 빚 2억 원을 지고 2월 28일 폐업했다. 그는 “매출의 20~30%씩 본사에서 재고를 떠넘겼죠. 14년간 계속 적자났어요. 투자대비 손해가 막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웅 대표가 대리점주들의 시위 원인을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는 자체를 믿지 않았다. 그 이유로 3월 23일 욕설 녹취록이 첫 보도된 이후 남양유업 본사에서 “당신들이 없는 말을 지어내고 있다. 음해하지 말라”고 자신들에게 협박했다는 사실을 기자에게 알렸다. 실제로 9일 기자회견을 통한 대국민 사과 이전 본사 측은 이들을 따로 만나 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또, 음해일 수가 없는 이유로 김씨는 “당시 영업사원이 욕설을 퍼부을 때 당사자가 고의로 녹음하려 한 게 아니었죠. 하도 듣기 싫어 볼륨을 줄이려고 휴대폰을 만지다가 자기도 모르게 녹음된 것이라더군요. 휴대폰을 귀에 대면 따갑고,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한테 그런 욕을 듣는 게 좋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잠시 후 초록색 점퍼를 입은 정승훈 총무가 나타났다. 악수 사진 당시 입던 복장 그대로였다. 얼굴은 더 초췌한 모습이었다. 앞서 두 사람의 언급내용에 대해 정 총무는 "그렇다. 내 손을 억지로 잡아 끌어 사진을 찍어갔다"며 남양유업 맛있는우유 제품을 발로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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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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