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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입주자 30명 모집에 431명 신청 … 서민들 분양 받기 '바늘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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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지역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마련된 임대아파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일반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공급부족으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70~80%까지 오른 상황이고 일반 월세 아파트에 비해 보증금과 월세금액이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구임대아파트를 포함한 국민임대주택 모집 때마다 높은 경쟁률을 보여 입주 희망자들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등 예비입주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천안아산지역 임대아파트

국민임대 입주 경쟁 치열

천안시 두정동에 사는 석유정(29)씨. 원룸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석씨는 최근 청수동 산운임대아파트(5단지)에서 예비 입주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가 실망만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예비입주자 모집 공고를 본 석씨는 입주 신청을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았지만 현장에는 이미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직원 3명이 접수를 받고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몰리는 신청자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아파트에서 올해 모집하는 입주 가구는 30세대. 하지만 이 가운데 8세대만 입주할 수 있을 뿐 나머지 22세대는 선정이 되더라도 집이 비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석씨는 “직장 일로 점심시간에 부랴부랴 현장을 찾았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데다 정보 부족으로 공급신청서를 작성해 오지 못한 사람들이 뒤늦게 신청서를 작성하느라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며 “2시간 동안 기다려 접수를 하더라도 전체 모집 가구가 30세대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8세대만 바로 입주가 가능한 상태라는 말을 듣고는 결국 입주 신청을 포기했다”고 한 숨 지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천안권주거복지사업단에 따르면 올해 청수동 산운임대아파트 204세대 가운데 30세대에 대한 예비입주자 모집에 무려 431명이 몰려 14.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LH는 지난달 청수동을 비롯한 아산배방1·배방7, 아산모종, 신창소화, 남성상아, 천안 청수산운5 등 천안·아산지역 국민임대주택 6개 단지에 대한 예비입주자 모집(455세대)에 나섰는데 1651명이 몰려 전체 평균 3.6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국민임대주택 예비입주자 모집의 경우 매년 정기적으로 모집하지 않고 기존 입주자가 이사 등으로 빈 집이 생기는 상황에 맞춰 일괄적으로 공고를 통해 추가 모집한다. 천안·아산지역의 경우 지난해에는 예비입주자 모집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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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임대 대기자만 무려 2273명

최초 임대분양 후 공고를 통해 추가 입주자를 선정하는 국민임대주택과는 달리 수시로 희망자를 접수해 대기 순번대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단지별로 차이는 있지만 입주를 희망하는 대기자 수가 적게는 200명에서 많게는 1460명에 달한다. LH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천안 영구임대아파트 2개, 아산 1개 등 모두 3개 단지에서 입주를 기다리는 대기자 수가 무려 227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천안 쌍용주공아파트1단지, 천안 성정주공아파트4단지 대기자수가 각각 1467명, 611명에 이른다. 쌍용주공1단지와 성정주공4단지 세대수가 각각 504세대, 984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쌍용주공1단지는 전체 세대수의 3배에 이르는 희망자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아산 도심에 자리한 주공아파트는 195명으로 대기인원이 적은 편이다. 쌍용주공1단지는 지난 2010년 1368명에서 2011년 1401명, 2012년 1484명으로 대기인원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성정주공4단지도 2010년 729명, 2011년 696명, 2012년 655명으로 대기인원이 크게 소진되지 않은 채 600~700명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접수, 선정하고 있는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천안시에서는 2011년 258명, 2012년 251명이 입주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LH

현재 대기자 수를 볼 때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최소 6∼7년에서 최대 10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입주에 비해 대기인원이 크게 높아지자 시는 지난 1월부터 영구임대주택 입주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영구임대아파트에 대기자가 몰리는 이유는 입주 보증금이 200만~300만원대로 저렴하고 입주 보증금도 매달 4만~6만원만 내면 돼 일반 아파트에 비해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자격 조건을 갖춰도 입주를 하지 못하는 대기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입주를 희망하는 무주택 서민들을 수용하기에는 수요가 턱 없이 부족해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은 고작 28세대에 불과해 서민들의 주거수요를 충족에는 역부족이다.

 LH와 천안시 관계자는 “도심지역 아파트 전세난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전셋값이 상승으로 서민들이 국민임대와 영구임대아파트를 더욱 선호하고 있지만 희망자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천안시가 추진하는 신방통정지구 임대아파트와 LH가 추진 중인 백석동 임대아파트 완공 후에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영구임대주택=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 장애인·한부모가정·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층 주민들이 적은 자금으로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정부(지방)재정과 국민주택기금(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아 LH나 지방공사에서 건설 또는 매입해 영구 및 장기간 임대하는 공공건설 임대주택이다.

글=강태우 기자 ktw76@joongang.co.kr
사진=조영회 기자 rut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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