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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정년 연장이 임금 삭감의 빌미 돼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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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노동자 정년을 2016년부터 60살로 의무화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800만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를 시작한 현실을 고려할 때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또 정년이 늘어남으로써 곧 닥칠 노동력 부족 사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해졌다.

 정년 연장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미 1998년에 60살 정년을 의무화했고, 덴마크는 최근 정년을 67살로 높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60살 정년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몇 가지 점들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정년 연장이 임금을 깎는 근거로 악용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법은 사업주와 노동조합이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게 했다. 임금 상승으로 인한 경영상의 압박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의 도입 여부는 노사의 자율적인 합의로 해결하여야 할 영역이다. 특히 임금피크제는 임금뿐만 아니라 퇴직금에서의 불이익을 초래하기 때문에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60살 정년을 지키지 않을 경우의 처벌 조항도 구체화해야 한다. 현행 법안은 정년 연장을 하지 않으면 부당해고로 간주해 처벌하는 벌칙 조항을 마련했으나 선언적인 차원에 그치고 있다. 이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처벌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년 연장을 계기로 일자리 불안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도 시급하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문제는 짧은 정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일자리를 불안하게 하는 여러 가지 구조가 함께 존재한다. 이런 문제들이 동시에 풀리지 않는다면 고용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노사 모두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에 나서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도 얼마 전 “노사정위원회 가동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만큼 정부 여당이 먼저 소매를 걷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정년퇴직 나이와 연금을 탈 수 있는 나이도 일치시키는 쪽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60살 정년은 현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와 비교하면 공백이 있는 게 사실이다. 연금을 탈 수 있는 나이는 올해부터 61살로 늦춰지고, 점진적으로 뒤로 밀려 2033년부터는 65살이 된다. 지금처럼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태에서 연금도 수입도 없는 채로 몇 년간 지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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