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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필요성엔 공감… 임금피크제엔 다른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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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논리 vs 논리

[공통 주제의 의미] 고령화 시대 화두는 노동력

고려제강 언양공장 현장 근로자들. 이 공장은 만 55세로 정년퇴임한 뒤 희망하면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재고용한다. [중앙포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몇 년 전 나온 어느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였다. 치열한 사회에서 벗어나 휴가를 즐기라는 의미지만 정년을 앞둔 세대에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열심히 일했지만 이제는 직장을 떠나라!’로 말이다. 소비를 충동하는 광고가 소득이 중단된다는 경고로 들리는 것이다.

 고령화시대에 정년을 맞이한 세대가 맞닥뜨리는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는 심각하다. 노후보장제도가 아직 취약한 탓에 퇴직 이후의 삶을 개인이 책임져야 하기에 그렇다. 우리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인구 감소 시대가 되면서 숙련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어 문제다.

 이를 해결하고자 국회는 노동자 정년을 2016년부터 60세로 의무화하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에는 정년 60세가 권고조항이다. 이를 의무로 바꿈으로써 60세까지 고용 안전을 보장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정년 연장과 같은 해결 방식은 세계적인 흐름과도 일치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우리 현실에 적용하느냐다.

[문제 접근의 시각차] 도입 방식·시기에는 차이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를 도입하는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인다.

 한겨레는 이 법안이 확실히 정착할 수 있도록 사업주가 정년 연장을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조항을 구체화하라고 주장한다. 좀 더 적극적이다. 반면에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보완책인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법안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임금이 깎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노사 합의에 따라 사업장마다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적극적인 자세는 이번 기회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 고용 불안과 관련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반면에 중앙일보는 사회적인 준비가 아직 부족한 상태라며 정년연장법을 당장 적용하는 데 소극적인 입장이다.

일본도 이 법이 사회 전체에 실효를 발휘하기까지 4년여의 시간이 걸렸다는 예도 든다. 이 법안으로 인해 고령자의 고용이 촉진되는 만큼 청년고용은 축소될 것이라는 견해다. 또한 이 법은 이미 60세 정년의 혜택을 받고 있는 공무원과 공기업, 대기업에만 실익이 집중될 뿐이라는 점도 경고한다. 임금피크제에 대해선 한겨레와 달리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필수라며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법은 통과됐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자는 주장이다.

 두 신문 사설 제목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앙일보는 ‘정년 연장의 부담은 누가 떠맡나’라는 수사적 의문형 제목을 통해 이 제도의 도입으로 파생할 문제점에 대해 환기시킨다. 반면 한겨레는 ‘정년 연장이 임금 삭감의 빌미 돼선 안 돼’라는 단정적 표현으로 이 법안 도입으로 근로자가 다른 권리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부각한다.

[시각차가 나온 배경] 고통 분담인가 희생 강요인가

정년연장법은 출산율 감소와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자 등장한 방안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 것이냐는 쉽지 않은 문제다. 고통을 분담해 달라는 선의의 요구가 현실 속에서는 상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억압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다. 실제로 노동의 공급과 수요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주체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세기업과 같이 규모와 내실이 차이가 날 경우 사안을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혹은 내수 중심이냐 수출 중심이냐, 노동집약적이냐 첨단기술적이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 등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웅크리고 있다. 대체 휴일제와 여성 취업인구 확대 등도 노동력 확보와 관련해 함께 생각하고 풀어 가야 할 주제들이다.

 다만 두 사설 모두 아쉬운 점이 있다.

 한겨레는 문제를 단지 60세 정년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구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거시적 관점까지 다양하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논의의 초점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아쉽다.

 한편 중앙일보는 “기업들만 죽어난다”와 같은 불필요한 표현으로 스스로 논란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 “그럼, 노동자만 죽어나라는 식이냐” 같은 감정적 대응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병두 숭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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