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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고국의 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월남에 와있는 군인들은 고국에서 온 편지보다 더 반갑고 기쁜 것은 없다. 전쟁이란 긴장 속에서도 항시 부모 형제 친척 벗들과 맺어진 갖가지 아름다운 추억을 되씹으며 향수와 고독을 달래고 있다.
내가 파월 되어 2개월동안은 전쟁터란 긴장감과 이곳의 지형 기후 환경 풍습에 적응하려는 세심한 주의와 노력으로 퍽 따분히 지낸 것 같다. 마치 갓시집온 새색시갈이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면서도 조심스럽다. 이때가 가장 고국의 정든 사람들이 보고싶으며 정다운 소식이 기다려진다. 확고히 뭉쳐진 신념속에서도 때때로 엄습해오는 향수병에 시달리니 웬일일까?『군인정신이 희박한 탓일까?』고국에서 온 편지를 받아들고 싱글벙글하며 사연을 읽어 가는 구릿빛 얼굴에도 희열의 웃음이 활짝핀다. 오직 고국의 가족과 벗들의 소식을 갈망하는 마음은 한결 같은가 보다. 월남에 있는 군인들이 고국에 있는 미지의 여성들과「펜팔」을 많이 하고 있다. 남자들만이 있는 전방에서 고국에 있는 미지의 여성과 짜릿짜릿한 사연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격무에 열중하면서도 이따금씩 북쪽하늘밑에 있을 미지의 아름다운 여인상을 곱게 그리며 그날의 고독과 피로를 달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 아름다운 일에도 잡티는 있는가보다. 가끔 편지를 읽고난 병사들의 얼굴이 어두워진다.『진짜 코티분, 파운데이션을! 일제양산을, ○○목걸이를…』.진실한 고국의 벗으로서 전쟁터에서 싸우고있는 벗을 생각한다면 병사들의 마음에 짐이 되는 부탁은 안하는 것이 어떨지? 오직「펜팔」하는 벗이 몸 건강히 개선 귀국하길 바람직도 한데….『멀리서 고국을 그리워 하는 파월 장병 누구에게도 좋으니 그리운 고국소식이 담뿍 담긴 사연을 많이많이 보내주십사』고 부탁드리고싶다.
군우151∼50l주윌십자성부대제2군수지원단본중 대위 임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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