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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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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집안에 들어서면 눈에 마주치는 것이 4면의 벽. 그벽에 따라서는 안식처에 깃들인 따스함을주고 혹은 감정의 격리감을 갖게한다. 벽이 허허하면 공허함을 면할수 없고 번잡해도 불안정하다. 그래서 벽은 시각이상의 것. 벽이「벽」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데 벽면처리의 욧점이있다.
벽은 그 재료에서 오는 영향이 가장 크다. 석회·양회·벽돌이 그대로 노출되면 주택내부로선 너무차다. 대리석은 더욱 금물. 때문에 석회에 부드러운 색깔을 넣거나 무광택「페인트」를 칠하고 또 도톨하게 바르기도한다. 오히려 흙(아교질로 반죽한)인편이 좋겠다고 제의하는 이도있다.
근래 새로짓는 주택중에는 다방인지 여염집인지 구분 안되게 꾸미는 예를 본다. 다방이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실내의 장의「샘플」이 되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방은 잠시동안 머무르는 공간이요, 결코 주택의 본보기가 될순없다.
목재는 무난하게 쓰이는 재료이다. 하지만 화장합판 같은 것은 너무 매끄러워 주택용재로는 합당치 못하다. 종이를 바르는게 가장 일반적일 것이다. 다만 벽지는 빛깔과 무늬의 선택에 따라 격의차이를 크게 드러낸다. 갈포지는「텍스처」도 좋고 빛도 덜 바래지만 쓰임새가 한정된다. 비단을 바르는 치레취미도 있다. 그런 호사 취미는 요정이라면 몰라도, 자칫 들뜬 마음을 불러일으키게된다. 요는 부드럽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벽을 만들자고 건축가 김중업씨는 말한다.
재래 한식가옥의 도배는 격식을 갖추자면 간벽으로해 깨끗한 분당지나 농선지를 바른다. 간벽은 기둥문지방밑·미닫이 두꺼비집등 나오고 들어간데가 없게 바름으로써 방을 반듯하게 꾸미는 방법이다. 벽장이나 반침도 드러나지 않도록 같은 종이로 발라 감춘다. 가옥자체의 어둠을 밝히는 잇점이 있거니와 한지의 부드러운 촉감으로 조화를 이룬다.
이와 반대로 건축가 강명구씨댁은 집안의 모든 벽을 모가 안나게 둥글게 했다. 역시 부드러움이 있는 반면에 지을 때 손이 많이가는 약점이 있다.
벽의 장식품으로 외국의 허름한「타피스트리」(편물화)를 거는 예가 흔하다.
그러나 한국인의 생활공간에는 족자나 액자가 어울린다. 익숙치 못한 벽걸이는「액선트」역할을 하지못한다. 차라리 옛날 자수나 선면그림을 틀어 끼어 거는 편이 구수하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헌 민패를 훌륭한 벽걸이로 삼는다. 그리고 현대감각이 풍기는「디자인」이라고 칭찬한다.
거울이 여기저기 걸리면 역시 산만하다. 그건「파우더·코너]에나 필요한 것. 양복장 거울도 문안쪽에 넣은 것을 택하는 편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재래의 접는 경대는 가구로선 아주 적격이다.
가구가 크고 혹은 많아 벽을 다가리면 답답해진다. 무엇을 덕지덕지 걸고 붙이면 어수선하다. 한 공간을 세가지 이상의 짙은색깔이 차지하면 번잡하고 불안정하다. 넓은 방을 아늑하게, 좁은 방을 시원스레 꾸미는데 벽면처리의 요령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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