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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 마찰 심화

중앙일보

입력

중국 헌병이 베이징의 대사관 지역에서 중국인 일행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
5명의 북한 탈북자 강제 연행 사건을 둘러싸고 일본이 중국 측의 주장을 부인하고 나서면서 양국간의 외교적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주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선양 주재 일본 총영사관으로 망명을 시도한 5명의 탈북자들이 영사관저 내에서 강제 연행되는 장면이 비디오에 촬영되었다.

중국 당국은 일본 영사관 측이 중국 공안들에게 영사관저 내로 진입해서 망명 기도자들을 연행 할 수 있도록 사전 허가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측은 중국 측에 어떠한 허가를 내린 일도 없으며 이 사건을 주권 침해 행위로 간주한다고 월요일자 언론 보도를 통해 전했다.

이러한 양국 간의 외교적 마찰은 최근 중국 내 서방 영사관들로 진입한 탈북자 처리 문제를 두고 많은 논란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것이다.

북한을 떠나 지난주 중국에서 미국과 캐나다 망명을 기도하며 영사관에 진입한 5명의 탈북자 처리 문제를 두고 외교 당국자들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렇듯 연이어 발생하는 탈북자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상호 조약에 따른 탈북자 송환으로 국제적 이미지 손상을 감수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해 왔다.

신병인도 요구

일본 현지 여론은 이번 사건 처리 문제를 두고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외무성 당국자들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 역시 지난 주 선양 일본 총영사관 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영사관 직원들이 사태를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가와구치 외상은 중국 공안 요원들이 영사관 정문 바로 안쪽에서 세 명의 탈북자들을 끌어낸 후 영사관 직원들의 허가를 받고 영사관 내로 진입해서 나머지 두 명의 탈북자들을 강제 연행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가와구치 일본 외상은 13일 외무성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탈북자 연행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중일 외교 관계를 위태롭게 하고 외교 고위 당국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자극하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10일 외무성 관리를 중국 현지로 파견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와구치 외상은 일본 총영사관에서 연행된 5명의 탈북자들이 제3국으로 추방될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들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겠다는 일본 측의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가와구치 외상은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중국 측의 공식 사과와 탈북자들의 석방, 그리고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이 영사관저 보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일본 측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외교 분석가들은 탈북자들을 남한이나 미국 등의 제3국으로 보내는 것이 양국간의 대치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제 연행

중국 경찰이 선양주재 일본 총영사관으로 진입하려는 탈북자들 중 1명을 끌어내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양국 간의 외교 마찰은 최근 일본 TV를 통해 총영사관에서 끌려나오고 있는 두 명의 울부짖는 여인과 한 아이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가 방영되면서 격렬한 감정 대립 양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가와구치 외상에게 이번 사건 조사를 '신중하고 의연하게' 수행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이번 사건이 올해 국교 정상화 30주년을 맞이하게 될 일중 관계에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양국간의 우호적 관계는 변함없을 것"이라며 또한 외상 해임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일본 영사관 직원이 정문 바로 앞에서 탈북 여인을 붙잡고 있는 중국 공안 요원의 모자를 집어 주는 장면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이 비디오는 이미 각종 비리 사건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일본 외무성에 대한 비난 여론을 더욱 격렬하게 만들고 있다.

가와구치 외상은 당시 현장에서 전화로 연결된 베이징 소재 일본 공사가 영사관 직원들에게 극도로 긴박한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상당수의 탈북자들이 망명에 성공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은 국경 내로 숨어들어 오고 있는 수만 명의 북한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난민 인정 거부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 측은 탈북자들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해 종종 체포한 이들을 북한에 강제 송환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재외 공관 진입에 성공한 일부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이들의 해외 망명을 묵인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두 달 사이 베이징 소재 외국 대사관 진입에 성공해 한국으로 향한 탈북자들은 30명 가까이 된다.

TOKYO, Japan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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