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군용「코로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군에 복무하고 있었을 때, 한·미고급장교 사이에서 가끔 통역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우리쪽의 장교가 정복차림을 단정히 했으나 가끔 색채무늬가 있는 양말을 신고 있었던 것이 눈에 거슬리던 기억이 난다. 「카키」색 군복에 「카키」색 단화인데 양말만이 울긋불굿한 색깔일 때는 세련된 군인이라는 인상을 줄 수가 없다.
집단사회의 멋은 우선 통일된 복장과 규율적인 동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군대라는 대집단에서 이러한 요소가 결여된다면 「국군의 날」같은 행사에서 우리가 받는 인상이란 그다지 우렁찬 것이 못 될 것이다.
인상이란 우리의 사고나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까닭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소임은 장식에 속한다.
화장하고, 옷을 다려 입고, 이발을 하고, 여인은 날씬 하려고 허리를 조르고, 남자는 위풍을 위해서 배를 내밀고 하는것 등등이 남에게 주는 인상과 관련된 행위임을 상기하면 인생이란 인상제작의 과정같기도 하다.
일간신문의 사설들을 보니 후방근무의 장성들에게 자가용 차 구입의 기회가 마련되는 둣 하고 이에 대한 시비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사설에 취급된 이 문제를 멋과 결부시켜 본다.
「군」하면 육군은 「카키」색, 해군은 청회색, 공군은 감색의 씩씩한 모습이 떠 오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예로 들어 「카키」색의 군복을 입은 육군장성이 푸른색이나 노란색의 「코로나」에 들어 앉으면 군인이 주는 질실강건의 인상은 사라지고 반군반민의 정체불명의 인상을 줄 것 같다. 여기에 계급표시판이나 달게 되면 부조화를 지나서 가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자동차들이 육군은 「카키」색, 해군은 청회색, 공군은 감색으로 채색되었으면, 군이라는 대집단의 엄숙성이 유지된거라고 생각한다.
파격적인 염가는 「군용 때문에」라고 해야 수긍이 가기 쉽다. 군용이라면 소속된 군의 색채가 따라야 멋이 있다. 물론 예비역편입 후에는 각자의 취미에 따라 다른색을 칠하겠지만….
복장이나 화장이 행동을 제어한다는 것도 상식에 속한다. 정장을 하면 점잖게 행동하게 되고 미장원에 다녀오면 곱게 눕고, 「루지」를 바르면 도마도를 냉큼 입에 못가져 간다. 예쁘장 하게 잘라서 오물오물 먹게 마련이다
「코로나」나 신진「크라운」도 군의 색채를 띠면 군대의 행동범주 안에서 움직일 것이고 이에 따라 사설이 우려하는 이 차들의 오용이나 남용이 제어되지 않을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