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날개에 우편싣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체신부는 낙도·벽지에도 우편물이 매일 배달될 수 있는 새우편제도를 오는 4월 1일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나일론」치마를 사들고 돌아오겠다면서 육지로 벌이 나간채 소식이 끊긴 남편의 편지가 이제 봄소식과 함께 낙도의 아내에게 날아들어오게 되나보다.
변심한 애인의 소식을 목놓아 기다리는 소녀에게는 아무리 「스쿠터」가 동원되어도 「편지아저씨」는 배달해 줄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슬픈 사연을 담은 편지, 불행을 안겨주는 편지들은 언제까지나 배달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쁜 소식일랑 한시라도 빨리 받고, 조금이라도 오래 기쁨속에 잠겨들게 해주는게 좋다. 편지를 읽는다는 것은 소일거리로서는 가장 즐거운 일이다. 멀리 서울로 올라가 공부하고 있는 귀여운 자식의 편지를 사랑스레 돋보기 너머로 읽고 또 읽는 노모의 표정, 그러기에 우편 배달아저씨는 고마운 것이다.
옛날엔 역마가 편지를 날랐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꼭 두달반이 걸렸다. 그러고도 편지가 닿지않는 「산수갑산」이 많았다.
이젠 『삼수갑산에 가더라도』 편지는 꼬박꼬박 닿게된다한다. 서울에서 아침에 부친 손녀의 편지를 부산에 있는 할머니가 해지기 전에 받아들게 된다니 꽤도 고마운 일이다.
그럴수록 더욱 고맙게 느껴지는 것은, 희랍신화에 나오는 미궁과도 같은 서울의 문패없는 집들을 용케 찾아 다니며 매일같이 80만통이 넘는 우편물을 날라 주는 배달부 아저씨의 신통한 솜씨다.
체신부의 계획대로만 된다면 우리네 우편제도 국제수준에 오른셈이 된다. 다만, 박봉에도 불구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우나 더우나 게으름 피지않고 집집을 찾아다닌다고 우편아저씨들을 미담화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모든게 합리화되어야 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