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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다시 생각해봅시다 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순박한 백성들은 일년에 두 달 팔월한가윗날처럼 배부르길 원하고 여자는 일생을 시집가는 날처럼 아름답기를 바란다.
결혼식 날은 신부의 날이다. 아무리 박색이라도 그날만은 아름다워 보이기 마련이다. 원삼 족두리에 연지곤지가 아니면 잠자리 날개 같은 「웨딩드레스」에 화관 쓴 신부에게 축하의 시선이 집중된다.
순결과 고귀와 신성함을 나타내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때때로 때묻어 충충하고 풀이 죽어 후질구레한 적이 있다. 화려하고 고급인 것일수록 더하다. 예식장과 미장원에서 세를 주는 옷을 빌어 입었기때문이다.
원삼이나 활옷인 우리나라 고유의 혼례복은 어머니가 입던 것이 아니면 집안에서 내려오는 것을 입는다. 그것은 원체 화려한 원색의 옷이기도 하고, 인생을 이겨 살아온 어머니와 집안 어른이 연상되어 남이 입던 백색 「웨딩드레스」에서 받는 것처럼 입던 옷에서 오는 꺼림칙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대로의「웨딩드레스」를 목돈 들여 만들어 하루입고 버려 두는 것도 낭비고 차라리 평소에도 입을 수 있고 그날의 순결한 차림에도 손색이 없는 한복 흰 치마 저고리를 권하고 싶다는 것은 말티나복식학원장 양남현씨의 말이다. 다만 구식결혼식에서 흰 치마 저고리는 피한다. 소복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평소의 아름답던 신부의 얼굴을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꾸며진 화장. 더덕더덕 붙이고 바르고….민망해서 바로 쳐다볼 수 없을 때가 있다. 가장 아름답고 개성 있고 청순해야하는 날 온통 미용사에게 내어 맡기는 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켜야할 책임을 포기한 것 같은 소홀함이 느껴온다.
신랑의 차림은 사뭇 간소화되었다. 「모닝코트」를 입은 사람은 보기 힘들다. 평상복을 예복대신 입는 신랑의 차림은 좋은 경향에 속한다. 한가지 「비즈니스슈트」에 횐 장갑은 어색한 것이라고 과학기술연구소 부소장 신응균씨는 지적한다. 차라리 맨손이 자연스럽고 기념사진에 흰 손만이 커다랗게 「클로즈업」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것. 또한 준 예복인 「턱시도」가 아니면 검정 「넥타이」는 상복이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겠다.
식이 끝나고 신랑신부가 퇴장할 때 길게 늘어뜨린 신랑 팔에 매어 달리듯 팔을 낀 신부의 모습은 구차스럽기까지 하다. 가볍게 오른팔을 구부려 들어 수면 신부는 손끝을 사뿐히 얹는 듯 의지하거나 신랑신부가 어깨 높이로 함께 손을 잡고 퇴장하는 것이 제식이다.
축하색종이 「테이프」는 멀리서 던지면 아름답게 포물선을 그으며 신랑신부머리와 어깨에 걸치면서 끝 가닥이 늘어지는 것이다.
첫발을 내디디는 신랑신부 앞을 가로막듯 덤벼들어 동아줄처럼 풀어 움켜쥔 「테이프」로 목과 머리를 돌려 매주는 것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언짢게 할 정도다. 한번 던져 제대로 걸쳐지는 「테이프」가 아니면 계산을 올리려는 예식장의 권고라도 물리쳐버리고 가벼운 박수로 첫출발을 축하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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