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전쟁, 영국과 맞짱 뜬 슈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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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밋

영국 정부의 ‘세금 압박’에 구글이 반격을 시작했다.

 에릭 슈밋(58) 구글 회장이 영국 일요신문 옵서버(19일자)에 글을 실었다. 그는 “가정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주요 공공서비스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구글이 논란의 복판에 서는 것은 이해가 된다”고 운을 뗀 뒤 구글의 세금 회피 논란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구글은 지난해 영국에서 32억 파운드(약 5조4000억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부과된 세금 총액은 340만 파운드(약 57억원)에 불과했다. 구글의 유럽 본사가 아일랜드에 있어 법인 소득세는 그곳에 내기 때문이다. 영국은 법인 소득세율이 30%고, 아일랜드는 12.5%다. 지난 16일 영국 하원의 공공회계위원회는 구글의 북유럽 총괄 임원 매트 브리틴을 출석시켜 세금 문제를 추궁했다. 마거릿 호지 위원장은 “구글이 사악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꾸짖었다. “(마술사들처럼) 연기를 피우고 거울 반사를 이용하는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공격했다.

 슈밋 회장은 기고문에서 “구글의 소득 발생 원천인 기술과 인력이 집중돼 있는 미국에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세법 원칙상 맞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지난해 미국에서 20억 달러(약 2조2300억원)가량의 소득세를 냈다. 그는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안하는 것처럼 보다 단순하고 투명한 법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세법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또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세금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의미 있는 개혁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썼다.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뿌리 뽑겠다”고 외쳐 온 오즈번 장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대목이다. 올해 G8 회의 의장국인 영국은 다음 달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의 세금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을 계획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0일 열리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경제고문단의 모임에 슈밋 회장이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19일 보도했다. 16인의 고문단에 속해 있는 슈밋 회장은 20일 구글 내부 모임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다. 이 신문은 또 슈밋 회장이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예정돼 있던 BBC방송과의 인터뷰도 갑자기 취소했다고 전했다.

 세금 문제에 대한 구글의 강경기류는 미국계 커피숍 스타벅스의 대응과 대조를 이룬다. 스타벅스는 올해 초 3년간 영국에서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이 알려져 불매운동까지 벌어지자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세금 공제 신청을 안 해서라도 향후 2년간 2000만 파운드(약 3400억원)의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스타벅스는 본사로의 상표권 사용료(로열티) 지급과 시설 투자 등으로 인해 영국에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유럽에서 수난 당하는 구글

2011년 3월 프랑스 법원, 구글 스트리트뷰의 사생활 침해에 10만 유로(1억4300만원) 벌금 판결

2012년 4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구글에 세금 추가 부과” 대선 공약 발표

2013년 4월 독일 법원, 스트리트뷰의 사생활 침해에 14만5000 유로(2억800만원) 벌금 판결

5월 프랑스 정부, 구글·아마존 등에 인터넷 세금 부과 추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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