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치원들 '원생 모시기'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고급 목조 건물에 전 교육 과정 인터넷 생중계 시설, 최신 실험자재 등을 갖추고 오는 3월 문을 열 예정인 전주 K대 부설유치원. 이 유치원 관계자들은 최근 계획대로 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정원이 80명인데 지원자가 1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기 탤런트 김미숙씨가 서울 마포에서 운영하던 '사랑유치원'도 지난해 12월 문을 닫았다. 원생수가 줄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유치원들이 지원자 급감으로 비상이 걸렸다.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는 유치원도 속출하고 있다.

◇실태=대전시 동구 동대전유치원(정원 1백20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원생들을 모집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80명만 등록했다. 이 유치원 홍순희(55)원장은 "유치원을 운영한 지 32년 만에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국 유치원들의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1997년 1백47개였던 강원도내 사립유치원도 지난달 말 현재 1백17개로 줄었다. 90년대 중반까지 자녀 입학을 위해 접수창구 앞에서 부모가 밤샘 줄서기를 하던 춘천 산돌유치원의 경우 올해엔 정원 채우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2백명 정원에 60명만 확보해 놓은 전주시 평화동 새싹유치원 김홍준(57)원장은 "10명인 교사를 많이 줄여야 할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왜 그런가=97년 말 시작된 외환위기 이후 출산율이 떨어져 유치원 입학 연령대(만 3~5세)의 어린이들이 크게 줄어든 게 주원인이다. 또 상당수 어린이들이 국가나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어린이 집이나 외국어 보습학원으로 빠져나간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국내 영아 출생자수는 97년 67만8천여명에서 98년 64만3천여명, 99년 61명6천여명으로 줄었다. 2001년에는 55만7천여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전국의 유치원생수도 2000년 50여만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43만여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유치원을 외면한 학부모들은 수강료가 저렴한 어린이집을 주로 찾는다. 일반 유치원의 월 수강료가 20만~30만원인 데 비해 어린이집은 6만~12만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2000년 1만9천3백여개이던 어린이집이 2001년 1만9천7백개, 2002년 2만1천개로 증가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외국어 교육을 병행하는 보습학원형 유치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전주.대전=장대석.김방현 기자 <dsj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