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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차압소동|국가패소가 몰아온 선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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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옛날에 암행어사가 갖고 다녔다는 「마패」에는 덮을 것이 없었다. 성질은 좀다르지만 요즘에도 「마패」와 같은 「올·마이티」가 군림하고 있다. 국가상대소송 승소판결문과 집행문을 가진 집달리는 어느 국가 기관이든 무소부재. 이들은 특히 현금을 많이 다루는 현업관청을 노린다.
지난달 24일(토요일) 상오 부산우체국 환금저금과 창구에서 낯선 사람이 보기에는 얼른 이해가 안갈 색다른 승강이가 벌어졌다.

<봉급줄돈 뺏기기도>
부산전신전화국 서무과직원 배병규씨가 국직원 2백45명의 2월분 봉급 2백56만원을 찾아 부대에 막 꾸려 넣는 순간 집달리(김남신씨)가 들이닥친 것이다.
영문을 모른 배씨는 처음에 돈 부대를 끌어안고 발버둥을 쳤으나 예의절차에 따라 돈은 몽땅 차압을 당했다.
이바람에 주말의 「페이·데이」를 손꼽아 기다리던 직원들은 2일 뒤인 26일에야 봉급을 타게 됐다는 것.
이런식으로 강제집행을 당하는 국고금은 부산철도국과 부산체신청 산하각기관에서 해마다 1억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올 들어 두달 동안에 벌써 부산철도국이 32건에 1천4백90여만원, 부산체신 청산하에서 34건에 1천4백30여만원을 차압당했다.
집행내용의 8∼9할은 각 군용차량에 의한 과실치사상을 비롯, 그밖의 인사사고 피해자 또는 그 가족에 대한 손해배상과 위자료. 나머지 1∼2할 정도가 개인의 부동산에 대한 임대료, 그밖에 보상금 등 청구에 의한 것이다.

<현찰노려 예고없이>
집달리들이 유독 현업관청만을 노리는 것은 차압은 현찰이어야 하기 때문. 아무예고도 없이 들이닥쳐 아무 돈이나 닥치는 대로 차압해 가는 집달리의 서슬에 관청의 현금 취급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기차표 판매대금이 있는가하면 전화료 징수금, 심지어 파월장병 해외근무수당금에 이르기까지 가리는 것이 없다.
부산 집달리실의 말에 의하면 부산에서 당하는 집행간수의 약 반은 서울사람들이 내려와 하고 있다면서 서울의 현업 관청직원들이 돈 숨기는데 더 능란하여 부산으로 원정(?)을 오는 것 같다 고 했다.

<법 알지만 너무하다>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관청당무자들은 『아무리 법에 의한다 하더라도 너무하지 않느냐』고 반론한다. 그러나 집달리실의 한결같은 대답은 『수임사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 』 『판결로 확고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줄 의무』라는 말로 일관한다.
철도국의 경우 집행을 당해도 일반회계부문인 통행세 범위안이면 상쇄(상쇄)결제를 할 수있으나 그 이상이면 이를 메우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더구나 일반회계 계정이 거의 없는 체신청의 경우는 업무에 적잖은 지장을 가져오고 있다한다.
「국민의 권리보호」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이런 소동이나 지장이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고 당무자들은 입을 모은다.
해마다 전국적으로 일선현업관청에서 강제 집행당하는 돈은 약 10억원으로 추산되고있다.

<배상절차법은 사장>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법무부는 작년에 국가배상금청구에 관한 절차법을 마련 시행토록하고 법무부에 송무관실, 각 지점에 배상금 심의회를 두어 1차적인 소청을 이심의회에 내도록했다,
이에 불복 할때는 민사소송을 내도륵 하고 민사소송에서 승소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강제집행의 수단을 쓰지말고 법무부에 청구하여 내주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절차법자체가 위헌론 여부로 논란의 대상이되고 있다.
대부분의 판사는 이 절차법이 제한한 여러가지 제한조항. 즉 배상액의 제한(최고30∼40만원) 증거의 제한(시·읍·면장 또는 세무서장의 수입금에 대한 증명서발부등)등이 위헌이라는 견해를 갖고 실지 심리하는데는 이 법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이 통례. 「호프맨」식 계산에 의한 배상금을 기준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절차법은 사문화 하고있다.

<소동막을 법개정을>
더구나 배상심의회의 결정에 승복하는 경우라도 민사소송을 하려면 적어도1∼2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실정. 지난해 법무부에 신청하여 배상금을 받은 건수는 불과 3건밖에 안된다고 한다.
절차법자체의 현실화로 국가와 피해자간의 적합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륵 법을 뜯어고치든지 법무부예산에 배상금계정이 따로 만들어지지 않는 한 차압 소동은 끊이지 않을 것같다. <부산=차두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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