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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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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파운드」화 평가절하후에 파상적으로 일고있는 「골드·러쉬」는 지난14일 그 절정에 이르렀다. 「런던」의 금시장은 14일저녁 폐쇄되고 은행도 문을 닫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미국은 금「풀」7개국의 중앙은행총재들을 「워싱턴」으로 초대해서 15일(현지시간)중에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한다.
지난 10일의 국제결제은행성명은 금값유지를 거듭다짐했지만, 「골드·러쉬」의 열도를 냉각시키는데 도움을 주지못했다. 오히려 「이탈리아」「벨기에」등의 금「풀」탈퇴세만 나돌아 한층 금매기를 조장한 느낌마저 주고있다.
이러한 격동상태에 대처하고자 미국은 연초에 「존슨」대통령이 제안했던 미국의 금준비제도철폐안을 14일 갑자기 상원에서 가결통과시키기 까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14일의 사태는 그것이 너무나 심각한 것이기때문에 미국의 요청으로 드디어 「런던」의 금시장이 폐쇄되기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런던」의 금시장폐쇄가 얼마나 계속될 것인지는 속단키어려우나 지금 정세로봐서는 15일에 열리는 금「풀」7개국회의가 앞으로의 방향을 가름하는 고비가 될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금시장의 주종이었던 「런던」시장이 문을 닫았으므로 「파리」 「쮜리히」에서의 금투기는 더욱 격화될것이며 그것이 앞으로 전면적인 금시장의 폐쇄로 발전될지도모른다. 오늘열리는 금「풀」회의가 앞으로 무제한 금을 공급할것이냐 아니면 금「풀」협정을 폐기하고 타국통화당국과 미국사이의 금태환까시도 중단시킬 것이냐의 여부를 결정하기 쉬울 것같다.

<블록경제화의 위기>
그러나 객관적으로 본다면 금「풀」협정7개국이 오늘의 「골드·러쉬」를 냉각시킬 힘은 이미 상실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듯하다. 미국의 금보유고가 14일현재 1백3억불밖에 안되므로 금준비제도를 철폐했다손 치더라도 미국의 금공급능력은 1백억「달러」분에 불과하다. 그런데 반면, 「유로·달러」는 1백6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미국이 외국에 지고있는 단기채만도 3백13억「달러」정도에 이르고 있어「런던」의 금시장폐쇄는 세계각국으로 하여금 더욱 「달러」의 방기경향과 금매입기운을 촉진시키거나 「스위스·프랑」, 서독「마르크」, 불란서「프랑」에로의 대체를 촉진시킬 것이 필연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금가격을 유지하려 한다면 「런던」의 금시장을 신속히 다시 열고 무제한 금공급을 재개하지않을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나 미국의 실력이 이미 드러난 이상 그것은 일시적인 금가안정에 도움을줄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정세판단에 입각해서 미국이 금「풀」에의 금공급을 중단시키고 금태환을 정지시킨다면 세계경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것이다. 당분간 「달러」가치는 폭락하게 될것이며 금을 기반으로해서「달러」가 기축통화구실을 하던 IMF체제가 사실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것도 내다볼수있다.
사태가 이와같이 발전하면 「달러」에 의존하는 경제권이 근본적으로 축소되고, 금을 기간으로하는 경제권이 EEC를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조차 있는 것이다. 「달러」의 가치가 이처럼 저하되어 불화가 부분통화로 전가하고, 국제결제수단이 다원화할때 금값은 인상된 가치에서 새로운 거래기준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금값인상은 불가피한것이 아닌가하는 전망이 보이는 것이다.
한편 공통의 결제수단이 사라지고 「달러」상과 금권으로 세계경제가 분열될 때, 국제무역은 「블록」경제화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짙다. 1930연대의 금파동이 보호무역주의를 조장시기고 그것이 「블록」경제를 재촉해서 시장쟁탈전으로 발전했으며 결국 제2차세계대전을 유발시켰던 과거를 상기할때 이번의 금파동도 필연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재촉할뿐만아니라, 한걸음 더나아가 「달러」권과 금권의 분열을 재촉하게될 것이므로 앞으로 그귀추가 어떻게 될것인지 크게 주목된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이와같이 국제경제의 기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데 대처할 우리의 대책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겠으나 외환당국은 태평하게도 금파동이 우리와는 별로 상관이없다는 견해를 비치고 있다. 도대체 이러한 무사안일주의가 이나라에 도사리고 있는한, 능히 회피, 경감할수 있는 우리측의 피해는 앉아서 당하지 않을수 없는것이 사리의 당연한 귀결일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3억5천만불이 넘는다고 자랑하고있는데, 금값상승과 「달러」가치의 폭락이있다면 우리는 앉아서 그만큼의 심대한 손실을 보게될 것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유럽」제국들도 자금에는 보유「달러」를 금 또는 그밖의 건전통화라할 「스위스·프랑」, 서독「마르크」등으로 치환시키는 경향을 보이고있는데, 유독 우리의 당국자만은 상관없다는 말은 무엇인가. 본란은 벌써부터 정부외환보유고의 구성변경으로써 「달러」체제의 변질이 가져올지도 모를 위험을 분산할 것을 권고한바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우리의 귄고는 비단 이에만 그치지 않는다. 어차피 세계경제가 금파동으로 후퇴할 공산이 크고 보획무역주의가 노골화된다면 앞으로의 세계경제정세는 시장쟁탈전이 치열하게되어 국제무역은 약육강식의 차가운 논리속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이경우 우리의 수출 「드라이브」정책은 국제경제의 파도에 부딪쳐 상당한 고역을 치르게되는 반면, 선진국은 우리에게 장기연불수입·D/A「유전스」수입등을 권장하여 우리로하여금 선진국의 수출정책에 말려들도록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무엇보다 경제면에 있어서의 이러한 국제적계략에 말려들지 않을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의 대외환경이 이처럼 악화일로에 있어 그귀추가 주목되는 마당에서 우리만이 계속 고도성장과 「인플레」정책을 강행할 이유가 있겠으며, 그것이 미치는 파동요인을 감수하는 것이 과연 현명할 것인가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격동하는 국제경제동향에 매일매일 주목해도 불측의 피해를 입기 쉬운 오늘의 상황하에서, 국제경제동향을 피안의 화재시하는 당국자가 있다면 그는 역사적인 비판을 받게될 것임을 잊지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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