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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세계수준 축구잔치 이해못할 대회명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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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산하 선문평화축구재단이 한국 축구계를 위해 '큰 일'을 기획했다.

재단 측은 5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계 6개 대륙에서 일류급 프로축구단 일곱팀을 초청해 오는 7월 15일부터 1주일간 한국에서 '대륙간 클럽 선수권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승 2백만달러, 준우승 50만달러의 파격적인 상금으로 상금액수로만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비공식 초청비(팀당 약 50만달러), 선수단 체재비와 항공비, 이벤트 및 홍보 대행사의 수수료 등을 합하면 줄잡아 1백50억원의 거액이 이번 대회에 쓰여진다. 더구나 축구황제 펠레가 조직위원회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 정도 규모의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것은 여러면에서 고무적이다. 아직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월드컵 열기를 이어갈 수 있고 한국 축구에 보태질 무형의 재산도 만만찮을 것이다.

그런데 '옥에 티'가 눈에 띈다. 바로 대회 명칭이다. 이번 대회 공식명칭은 '월드피스킹컵'(World Peace King Cup)으로 정해졌다. 뭔가 부자연스럽다. '세계 평화의 왕'이 내건 컵을 놓고 경기를 하는 것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식휘장을 보면 '킹'자와 엠블럼의 태양이 똑같이 붉은 색으로 '킹=태양'이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회를 준비한 한 관계자는 "당초 대회 명칭은 '선문 피스컵'이었다. 그러다가 '월드피스컵'으로 바뀌었고 최종 단계에서 '킹'이 추가됐다"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도 "원래 초청했던 유럽의 일부 팀들이 이번 대회의 종교색을 문제삼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축구를 통한 평화심기'를 주제로 내걸었다. 그렇다면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은 피해야 하지 않았을까. 대회가 순수할수록 평화는 더욱 빠르고 넓게 퍼져나갈테니까.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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