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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도순읽고 얘기 상처받은 동심 씻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웃에 사는 어린이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좋은책을 돌려가며 읽고 얘기하는 「반짜서 책읽기」-. 어린이들을 입시지옥으로만 몰고가는 과외공부를 물리치기위해 새싹회 (회강 윤석중) 가 펴고있는 「즐거운과외공부」 운동중의 하나다.
어린이의 건강을 해치는과외공부 추방이나, 007살인 만화속에서 상처받는 동심을 구해주자는 구호는 높았지만 어머니들은 안타까운 마음뿐 구체적인 방법을 알수없었다.
예상했던것보다 아이들이 즐겁게 읽고 얘기하는것을 볼때 좀더 빨리 이런방법으로 지도할 수 없었던 것이 후회된다고 「용문반」반장 경아엄마 (김인자·서강대교수) 는 말한다. 서울에서 제일먼저 시작한 4개의반가운데 하나인 「용문반」은 매주일요일오후2시에모여 한두시간 읽고 얘기하는데 지난 10일은 세번째의 모임이었다.
반 편성은 시간과 차조심을 하기위해 이웃에 사는 어린이끼리 짜고 반이름은 그동리 이름을 붙여 「가회반」「약수반」「장충반」으로 부른다. 반장은「새싹돕는회」어머니들이 되고 지도한다. 한반의 어린이는10명 내외. 그달의 읽을 책은 새싹회에서 추천해 준다.
「용문반」은 국민학교 2학년에서 4학년 어린이9명. 거리는 5분안에 모일수있는 이웃. 1학년은 아직 독서력이 없고 5, 6학년은 입시공부에 시간이나 정신적 여유가없는 모양이다. 국민학교 4학년까지만이라도 좋은 책을 읽을 수있다면 「안데르센」이니「마해송」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낱말이긴 한데…하는 국민학교 5학년생은 없을거라는 것이다.
3월에 새싹회가 추천한 좋은 책은 「집 없는 천사」「세계동화집」「이솝 노래 얘기책」 「윤선중 아동문학독본」 「사랑의 선물」….『「이솝」은 어느시대 사람이지?』
『2천5백년전사람이예요.』
『「톨스토이는 어느나라 사람이더라. 』
『「러시아」요. 』
「용문반」반장과 어린이가 주고받은 대화다.
한반아이는 되도록 서로다른 책을 사서 돌려가며보고 다읽고난 책은 새싹회로 모아 책하고 인연이 먼 외딴섬이나 두메학교어린이들에게 선사하고, 받은학교와 보낸반과 의형제를맺도록 새싹회는 돕고있다.
그리고 「책읽고 느낀글」을 지어 새싹회로 보내면 검토하고 지도하며 잘된것은「매스콤」을 통해서 발표하기도한다.
「용문반」어린이들의 어머니들은 책값으로 매달 2백원씩 예산을 세우고 새싹회의 주선으로 출판사에서 직접 싼값으로 사들인다.
3명정도의 온돌방에 둥글게 원을 그리듯 의자에앉은 아이, 벽에 기댄 아이, 바닥에 앉은 아이…. 자연스런 「포즈」로 책을 읽고 있다가 얘기가 하고싶으면 책의 내용이나 질문을 반장과 나눈다. 두번째 모임인 지난3일에는 저녁5시가 되어도 갈 생각을 않아 억지로 보냈다는 반장 경아엄마의 얘기다.
「반짜서 책읽기」운동은 좋은책을 읽히는데 그치는것이 아니고 협동정신과 사회생활을 어려서부터 익혀주기 위한 것임을 밝히는 윤석중씨는 이운동이 전국적으로 파문져 퍼지려면 어머니들의 협력만이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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