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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연희씨|봄을 작품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개울물소리가 얼음장밑에서 들려올 무렵- 봄은 더욱 아름다운 환상으로 여인들의 가슴에 머무른다.
그러나 꽂이 핀다든지, 어수선한 거리위에 오가는 성장한 여인의 모습에서 봄은 이미 시들고 끝나버린다.
소설가 정연희씨는 『봄은 기다리는 맛이고 막상 봄이 되면 굉장히 봄을 탄다』고한다.
한겨우내 잉태한 작품이 봄이 다가도록 진통을 겪어야 하는 계절,「알레르기」성 피부처럼 민감하게 일으키는 봄의 반응. 핀다는 것, 태어난다는것등 완성은 허전하다고 작가는 봄을 두렵게 여긴다.
그러나 정연희씨는 자신의 안절부절과는 달리 작품에서의 봄은 보람과 소생의 신비를 곧잘 그린다.『10년전 신춘문단에 발을 들일때 나는 꿈을 좇았고 봄처럼 분주하고 마음껏 부풀었지만 이젠 해가 갈수록 작품과 인생관이 절망감에서 허덕여지고 나에게 주는 교훈은 인내심을 길러야 겠다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몇번이나 헛걸음을 하고 애쓴1천5백장의 전작「석녀」가 이달내로 나오게되어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소재는 현대적 상황속에서 볼 수 있는 여성의「애정 불임」-.
붓을 들기가 점점 힘들어 한동안은 전작에 손을 못댔다고 하는 그는 연초 중편을 마무리하기에 애쓴탓인지 건강이 별로 좋지않다고 일러주면서 지난 겨울부터 야심작을 구상중이라고한다.
신록이 찾아들기까지 또깎고 다듬어가며 미지의 새작품을 위해 이봄을 보내겠다고한다.
봄이 되면 버짐처럼번지는 고통. 비와 함께 온 마지막 춘설이 거두어지면 창밖의 봄은 더욱부산스러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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