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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지 않는 「치맛바람」 자모회는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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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학기가 되면 국민학교 교정에는 아동을 따라온 어머니들로 응성거린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어머니 마음은 죄어진다. 그리고 항간에서 말하는 「치맛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학교와 가정의 긴밀한 협조는 정상적인 교육을 위해 필요하지만 자모회의 역할은 담임선생에게 돈을 거둬주는 일뿐이다. 6일 문교부는 새학기를 맞아 학원내의 잡부금 징수 행위와 물품 공동 구매를 단속하고 자모회에서도 돈을 거두지 못하도록 각 시·도교육감에 지시했다. 학부형이 돈을 거두어 선생에게 주는 이유는 『선생에게 부모의 성의를 보여 더욱 열성있게 가르쳐 달라는 표시』라고 자모들은 말한다. 사립국민학교의 경우 전체적으로 많은 돈을 부담하지만 공립학교는 일부 극성스런 부모들만 선생의 후생비를 거두어 그들의 자녀만이 선생의 관심권에 들게되어 이른바 차별교육이 시작된다.
이러한 비뚤어진 자모회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은 학교와 부모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나라 의무교육이 제대로 되어있지 못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형편없는국가보조>
67년도 문교부 예산에서 총아동수 5백38만명에 대해 의무교육비 2백52억원이 배당 되었다. 이것은 일인당 4천6백84원꼴. 61,62년도의 미국은 한 학생에 소요한 교육비용이 20만5천원. 일본은 3만9천52원으로 비교할 수 없는 실태이다.
이 금액으로 시설·교원봉급 등을 생각할 때 교원의 생활난, 2부제 수업이나 한 학급에 90∼100명씩 되는 길을 피할 수 없다.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의무교육의 폐단으로 생긴 이 자모회를 당국에서는 여러모로 금하고 어머니들의 자각에 호소하고있지만 하루아침에 바로 잡힐 수 없는 깊은 원인을 품고있다.
소수 어머니의 극성 때문에 누구나 평등히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원칙이 무색해진다. 하루빨리 의무교육의 정상화와 자모회의 바른 운영이 있으려면 정부와 자모들이 함께 노력해야함은 물론이다.

<선생님 담뱃값으로>
그러면 국민학교에 다니는 한 아동이 한달에 얼마나 돈을 내게되는가. 어느 학교이건 그들이 내는 돈은 항상 명목을 붙이고 있다. K국민학교의 경우 월사금은 없지만 기성회비가 석달마다 2백70원, 시험지대가 2백원, 「프린트」된 특수시험지대가 3백원.
그외 그런대로 생활이 나은 부모가 한반(95명)에서 15∼20명이 매달 참관일에 모여 3백원에서 1천원을 거두어 6천원에서 1만원가량 선생님의 「담뱃값」이라고 책상 위에 놓아 준다. 이 참관일도 재작년부터 금했지만 여전히 행하고있다.

<교실비품도 떠맡겨>
변두리학교에서는 매달 내는 돈은 적지만 학급에서 쓰는 비품은 한부모가 한 개씩 떠맡아 주전자, 「컵」, 대야등을 아동의 손에 들려 학교에 보내준다. 결국 자모회를 통해서 한아동이 1년 동안 내는 돈은 2만원이 넘게된다.
그러나 사립국민학교는 거두는 명목부터 다채롭다. 월사급, 「스쿨·버스」비, 기성회비, 학급비, 시험지대, 활동비, 사은회비, 미화비, 후생비 등등. 월사금은 석달 매달에 1천2백30원, 학급비는 최고 3천5백∼1천2백원, 기성회비1년에 4천원, 학급비는 학교운영에서 학급비품에까지 쓴다.

<엄청난 사립교 봉급>
그외 선생님의 후생비는 환영회, 야유회, 경조비, 월동비등 매달 1만5천원∼2만원씩을 모아서 낸다.
교사의 봉급도 공립에서는 8천원∼1만5천원에 불과하여 사립학교나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나 사립인 R국민교는 교사의 봉급이 6만원∼10만원 까지 된다고 한다.
그 외 학용품대가 한달에 1천원∼1천5백원정도 지출되어 자녀가 많은 가정은 감히 엄두도 못 낼 교육비를 물어야하는 곳이다.
아동교육에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이 학교설비나 선생의 후생비를 거두어들이는 역할 밖에 못하고 소위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자모회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고 음성화된 활동을 양성시켜야 한다고 김종서교수(서울대사대)는 강조한다. 학부형이 교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아동의 강건정신위생과 학습효과를 논의하는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자모회의 필요가 논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관계 하지 말아야>
현재 미국등 선진 외국에서 운영되는 PTA처럼 사친회를 실시중인 E여대 부속국민교의 경우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거둔 잡부금 이외에는 일체 자모들이 돈에 관여하지 않는다. 해마다 아동교육을 위한 주제를 내세워 한달에 한번씩 강사를 초빙, 자모를 위한 강연회, 토론회를 가져 어떻게 올바르게 교육하느냐에 노력하고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도 교육을 받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자모들 자각 아쉬워>
결국 자녀교육에 도움될 수 있는 자모회의 운영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대우를 제대로 해주는 당국의 충실한 정책이 요구된다. 교사가 보람을 느끼고 교육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자각 있는 자모들의 협력과 학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김교수는 결론 짓는다.
현재의 자모회는 교원들이 교직의 전문성을 저버리고 자모의 권력아래서 올바른 교육을 하지 못하게 하는 병적인 매개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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