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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땀승 최경환 "당·청 소통" … 역전승 전병헌 "정부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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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최경환 새누리 원내대표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최경환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동료 의원들의 박수에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이주영 후보 69표, 최경환 후보 77표.” 15일 오후 4시17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열린 국회 246호실. 송광호 경선관리위원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장내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당선된 최경환(3선·경산-청도) 의원의 얼굴은 굳어졌다. 떨어진 이주영(4선·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오히려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박근혜계 핵심인 최 의원이 ‘박심(朴心)’을 등에 엎고 여유 있게 이길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8표 차에 불과한 신승이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을 지지한 의원 가운데 5명만 마음을 바꿨어도 대이변이 연출될 뻔했다. ‘박근혜 직계’의 독주를 막겠다는 강력한 견제 기류가 당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최 의원을 지지했던 한 의원은 “최 의원이 90표 이상 얻을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며 “재선급 이상 의원들 사이에서 ‘선수(選手)가 높은 사람이 먼저 원내대표를 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주장이 많이 먹힌 것 같다”고 분석했다. 투표 직전에 실시된 후보 상호토론회에서 이 의원이 “청와대에서 오더를 받고 ‘박심’에 기대서는 새누리당이 자생력을 가질 수 없다”며 저돌적으로 공세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경선을 앞두고 터진 ‘윤창중 파문’이 의원들의 생각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윤창중 사태를 지켜보면서 의원들 사이에서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나 대통령의 예스맨이 돼선 안 되겠다’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이게 최 의원에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류에도 불구하고 집권 첫해의 여당 원내사령탑은 결국 정권의 핵심부에서 배출됐다. 지난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이명박정부에선 이명박계의 조율을 거친 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 조(組)가 단독 출마했었다.

 최 의원은 당내 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서병수 사무총장,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과 핵심 중의 핵심으로 분류된다.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지냈고, 지난해엔 박근혜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었다.

 경선 기간 중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데다 경선 과정에선 “야당에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고 말해 왔다는 점에서 6월 임시국회부터 긴장도가 높아질 거란 관측이 많다.

 최 의원은 경선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선 결과엔 여당도 청와대와 정부를 잘 견제하라는 목소리도 담겨 있다고 본다”며 “당내 소통은 물론 청와대·정부와도 소통을 강화해 국정을 주도하는 집권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창중 스캔들로 다시 불거진 박근혜정부의 인사 문제와 관련해선 “인사 검증 시스템을 보완하고, 주변 평가를 듣는다든지 인사 추천 채널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개선이 있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최경환은

58세, 경북 경산, 대구고-연세대 경제학과-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22회, 17~19대 의원, 지식경제부 장관, 박근혜 대선 후보 비서실장,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 총재


◆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이날 오전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뽑힌 전병헌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두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이다. [김경빈 기자]

지난 3월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놓고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정치인이 방통위원장이 되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저는 나가겠다”며 퇴장해 버렸다. 뒤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줄줄이 퇴장했고 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전병헌(3선·서울 동작갑) 의원은 이처럼 대여 관계에서 강성 행보를 보여왔다. 그런 전 의원이 15일 민주당 경선에서 역전승을 거두고 원내사령탑이 됐다. 그는 125명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선 47표를 얻어 50표를 얻은 우윤근 의원에게 밀렸다. 하지만 재적 과반(64표) 득표자가 없어 1, 2위 득표자 두 명을 대상으로 치러진 2차 투표에선 68표로 우 의원(56표)을 12표 차로 따돌렸다. 그의 승리엔 ‘강한 야당론’이 먹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대여 관계에서 돌격대장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 왔다. 그가 속한 문방위에서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 분담을 놓고 대치하는 바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의까지 늦어졌을 정도였다.

 전 의원은 15일 연설에서도 “싸울 땐 단호하게, 협상은 치열하게, 양보는 전략적으로 할 것”이라며 “그러나 양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결기와 기백의 대여 투쟁으로 국민의 마음을 쌓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물밑에선 노무현계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동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경쟁자였던 우 의원은 주로 호남 출신 의원들과 노무현계, 486세대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게 당내 분석이다. 이 때문에 평소 친노 진영과 거리감을 보여온 김동철 의원에게 갔던 비주류의 표(28표)가 결선투표에선 전 의원에게 쏠려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평화민주당에서 당보(黨報)를 만들었던 당료 출신이다. 이후 김대중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민주통합당에선 정책위의장도 역임했다. 당내에선 정무감각과 기획력이 있는 인사로 통한다. 이번에도 소속 의원 전원에게 자신의 사진과 해당 의원의 지역 공약을 함께 담은 개인별 명함을 만들어 돌려 당내에 화제가 됐다. 원내대표가 되면 총선공약 이행을 지원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는 당선 후 여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야당의 존재 이유는 견제에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일하면 깔끔하게 협력하겠지만 이를 벗어나면 단호하게 맞서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래디컬(급진적)하기보다는 브라이트한(명석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선 ‘협력적 동반자’라는 표현을 했다. 그는 “안 의원의 생각과 정책 실현은 민주당의 지원과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은 국민들의 문제에 대해선 안 의원과 공동 의제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채병건·하선영 기자

◆전병헌은
55세, 충남 홍성, 휘문고-고려대 정치외교학과-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 평민당 당보 편집국장,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7~19대 의원, 열린우리당 대변인, 민주당 정책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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