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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자주의 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1·21」사태와 미함납치사건을 계기로 자주방위와 「국방의 주체성」의 문제가 크게 논의되고 있다.
공비가 집단으로 남침하였는데도 한·미군사협정 때문에 국군을 토벌에 출동시키는데 큰 지장이있었으니, 차제에 협정을 개정하여 국군에대한 작전지휘권을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되찾고 한·미 방위조약을 개정, 보완하여 국방의 주체성을 증진시키자는 것이다.
또 이북에는 1백20만명의 노농적위대가 편성되고, 북한에서 생산된 무기로 무장되고 있으나 우리도 2백50만명의 향군을 무장시켜서 남침에 대비해야하며 그러기 위하여 필요한 무기, 탄약을 생산, 자급하자는 것이 자주방위, 국방의 주체성의 근본 취지인것같다.
작전지휘권의 문제만 하여도 휴전후 장구한 세월을 두고 논의되었으며 결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군사상으로는 한국군을 한국정부가 임의로 통수·지휘해야한다는 것이 자명한 이치이지만 휴전선방형의 특수한 성격과 공동방위의 불가변성과 관련된 여러가지 사정때문에 국군에대한 지휘권은 6·25동난이래로 사실상미군이 보유하고있다.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미군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의 배후에는 한반도에서 원하지않는 전쟁에 말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미국의 정책적 저의가 개재됨을 간과해서는 안될것이다. 이것은 한국휴전협정이 조인되고 한·미방위조약이 체결된 과정의 외교내막이나 최근미국대아정책의 추세를 감안할 필요도없이 자명한 사실이며 그러한 정책적 저의가 지속되는한 또미국이 한국방위의 조약상책임을 부담하는한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쉽사리 포기하려고는 하지않을것같다.
방위의 주체성과 관련되는 문제로 한·미방위조약의 개정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게 논의된바있고 외침에대한 개입규정을 「나토」식으로 뜯어고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유의할것은 「나토」의 경우는 서구제국에 대한 외침에 미국이 즉각 개입 방위할것을 의무지우는것보다도 외침을 당한나라의 인접국, 예컨대 희랍이 침공당했을때 「프랑스」나 서독에 참전의 의무를 강요할수있다는데 더큰 의미가 있다고 볼수있는것이며 한편 즉각개입의 의무규정도 금일과 같은 핵전면 전쟁의 위협하에서는 점차 효능이 저하되고 있는것이 「프랑스」의 「드골」대통령의 전략노선으로 보아 역연한 바가있다.
이렇게 생각할때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의 문제나 방위조약개정의 문제는 군사적·전략적 의의에못지않게 대미관계에 있어서 정부가 국민에게 내세워야할 정치적 명분으로서의 성격이 농후함을 지적할수 있을것이다.
2백50만명의 재향군인을 조직하고 1백만명의 향토예비군을 무장시키고 무기탄약의 생산자급을 촉진함으로써 북괴의 남침준비에 대응한다는 정부방침은 자주방위와 국방주최성문제의 핵심이 되고있다.
그런데 그에 소요되는 무기·탄약을 경제건설에 지장없이 확보, 조달하는 방안은 아직 명시된바가없으며 1백만명의 향예군이 설사 무보수 「베이스」로 유지될수있다치더라도 그에 수반될 사회적·정치적 문제에대한 대비책은 무기·탄약의 확보책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일것이 예상된다.
원리상 국방에는 상한이없다. 그러나 국력의 한도와 방위의 목적과 정세의 변동에 따라서 방위력의구체적인 내용과 규모가 결정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한시점에서 어느정도의 방위력을 보유해야하느냐의 문제를 결정짓는것은 국방의 주체성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라하지 않을수없을 것이다. 목전에 6·25와 같은 전면적 무력남침이 절박했고 그러한 경우 속수무책으로 밀려내려갈수밖에 없을정도로 현재의 국방력이 미약하다면 1백만명이 아니라 전국민이 무장을 해야할것이고, 앞으로 공비의 남침등 교란작전이 부절할 것이라는 정도라면 과다한 국민동창과 무장은 방위력의 증진에 앞서 국력의 낭비등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핵포화의 상황하에서는 절대적인 방위가 불가능하고 금일의 국제정세하에서는 국방의 주체성도 상대적일수밖에없다. 한국의 방위에 있어서도 자주의 한계와 주체성의 문제점을 구명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자주방위」의 첫단계로 국군의 현유병력 「실링」 내에서 특수장비와 기동력(구동소총·경장갑차·헬리콥터)을 보유하는 특수부대를 30∼50개중대편성하여, 전국의 대소비작전 요충지역 15∼20개 처에 분산배치시키고 상황변화에 대비케하되 이들 특수부대의 작전지휘권을 군사협정의 테두리속에서 신축성있게 협의결정하여 운용하고(전에 수도경비사의 지휘권문제가 처리된 선례가있다) 그것을 토대로하여 점진적으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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