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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남풍에 돛을 돌리고 북상하는 화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봄바람이 낙동강하구에 살포시 올라섰다.
낙동강 봄줄기가 바다와 맞부딪치는곳. 하단 나루터에 나룻배가 띄워지고 강건너 갈대밭에 봄나들이 가는 두소녀-. 첫손님이 들었다.
뱃사공 최국배 (42)씨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노를 잡는다.
가벼운 「스웨터」바람으로 조그만 돛배에 몸을담은 두소녀는 활짝 웃고… 사공 최씨는 화사한 햇살을 받으며 겨울동안 방아랫목에서 이랑진 주름살을 편다.
『얘야, 이젠 남풍이 불어오니 돛을 동쪽으로 돌려라』- 아직 채 겨울이가신줄 모르고 북풍을 받으려고 닻을 서쪽으로돌리는 아들에게 계절의감각을 알려주는 최씨의 마음은 가볍다.
『겨울을 나느라 빛을 2만원이나 질머졌읍니더-』
뱃놀이하는 사람에게서 돈을받아 일곱식구를 먹여 살려야하는 최씨에겐 무엇보다도 손님을 쫓는 겨울이 질색.
『작년엔 한 10만원쯤 벌었읍니더. 그런데 이놈의세상, 어떻게 된 셈인지 뱃사공 한테서도 세금을 떼는거 아임니꺼. 작년엔 5천원을 세무서에 갖다바쳤잖십니꺼! 허허! 참 이것도 다 사업입니껴?』 그러나 잠시 어두운 그늘이 졌던 최씨의 표정은 남쪽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다시 부드러워지고-. 두 소녀들은 따뜻해진 강물에 손을 담가 철썩이며 『어마아, 강물이 어느새 뜨뜻해졌네.』… 금세 합창이 터져나온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배는 닻을 내린다. 소녀들도, 최씨도, 그 아들도 갈대밭에 뛰어내린다.
갈대밭은 춤추고 있다. 조금도 차지않은 남풍에 인사나 하듯 갈대잎은 흔들리고있다.
그리고 소녀들은 아지랑이 아롱거리는 먼산을 바라보며 오솔길을따라 끝없이 걸어간다. 아스라이 작아져가는 소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최씨는 환호하둣 고함치둣 소리친다.
『보이소예, 이제 봄바람은 이 낙동강 칠백리 물줄기를 따라 북으로 북으로 올라 갈낌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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