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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이 잃은 엄마의 슬픔 이번엔 남김 없이 토해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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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충무로에서 엄정화(44·사진)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띈다. 40대 남자 배우들의 춘추전국시대 가운데서 중견 여배우의 존재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댄싱퀸’처럼 가수의 장기까지 결합한 경쾌한 연기에 능한 그이지만, 역시나 그의 연기에 가장 감탄하게 되는 건 보는 이마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슬픔을 표현할 때다.

 새 영화 ‘몽타주’(5월 16일 개봉, 정근섭 감독)가 그 예다. 15년 전 딸을 유괴당한 엄마 하경(엄정화)의 고통을 드러냈다. 범인을 잡지 못한 담당형사(김상경)의 죄책감에 아랑곳없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버린다. 그런데 곧이어 동일한 수법의 유괴사건이 벌어진다. 엄정화는 딸을 잃은 엄마의 심경을 절절하게 표현하면서 관객을 깜짝 놀랄 반전으로 이끈다.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 역할은 ‘오로라 공주’(2005, 방은진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주연 배우들의 기시감이 세다. 김상경도 ‘살인의 추억’(2003)이 떠오른다.

 “알고 있다.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오로라 공주’에서 미처 해소하지 못하고 남아 있던 감정을 이번 영화에 말끔하게 녹여냈다. 김상경도 똑같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드디어 범인을 잡은 느낌’이라며.”

 -아주 새로운 작품이라 할 수 없는데.

 “비슷한 소재라도 다른 연출가, 다른 이야기가 만나 만들어 내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언젠가 한 번쯤은 온전히 감독이 내게서 끄집어 낸 이미지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인물이 되어 연기하면 좋겠다. 아직 못해본 역할이 많다. 예를 들면 아주 절절한 사랑. 실제로나, 작품으로나 못해봤다.”

 -하경은 시종 우울한 표정이라 그런지 실물보다 덜 예쁘게 보인다.

 “그래도 어떡하겠나. 자연스럽게 생기는 주름 같은 거야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얼굴에 또 손을 댔다’는 억측이 난무한 배우 중 한 명인데.

 “사람들이 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데뷔 때부터 너무 도드라져 보여서 그런가.(웃음) 그렇다고 계속 주사를 맞거나 하는 건 아니다. 뜬금없이 나서서 해명하는 것이 더 웃기지 않나.“

 -‘댄싱퀸’의 흥행이 미친 영향이라면.

 “활력을 얻었다. ‘마마’(2011)를 촬영할 때 갑상선 수술 후유증이 심했다.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허무하고 슬프고, 자기 연민에 빠졌다. 그런데 ‘댄싱퀸’을 하면서 기운을 많이 얻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음반을 다시 내더라도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엄정화가 닮고 싶은 선배보다 엄정화를 닮고 싶은 후배가 더 많을 나이다.

 “열정적인 사람은 누가 봐도 반갑고 멋지지 않나. 최근에 조용필 선배에게 정말 감탄했다. 이미숙 선배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내가 20대 때는 ‘30대 중반 넘으면 찍을 수 있는 영화가 거의 없을 것’이란 충고를 들었다. 그런데 이미숙 선배가 ‘정사’(1998)를 내놓더라.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아름답고 섹시한 모습으로 활동하는 선배가 큰 힘이 된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나이 들어가면서 그처럼 깊은 연륜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몽타주’에서 ‘오로라 공주’ 때 남은 마음을 소진하면서 ‘이게 연륜이구나’ 싶었다. 앞으로 내 연륜을 어떤 표정, 어떤 감정으로 내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이은선, 사진=김성룡 기자

[J Choice](★ 5개 만점, ☆는 ★의 반 개)

★★★☆(황진미 영화평론가) 구조적 묘미가 살아있는 시나리오와 스릴러적 쾌감. 도덕의 아이러니와 법의 한계도 캐묻다.

★★★☆(임주리 기자)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잘 빠진’ 드라마. 결말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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