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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기의식의 위험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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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진실로 두려운것은 두려움 그 자체가 아니고 열등의식과 패배주의이다. 공비남침사건과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으로 야기된 일련의 긴장상태가 한·미공동명의 발표로써 하나의 소용돌이를 벗어남에 즈음해서 지난 한달동안을 돌이켜보며 필자는 자칫 국민대중속에 만연할지 모를 패배주의 경향을먼저 경고하고자한다.
북괴의 발악적인 도발행위, 특히 국가원수의관저를 노린 그들의 만행에 접하여 온국민이 경각심을 높이고 「휴전하의 국민」임을 새삼 자각하여 방위의식을 제고하는일이 물론 첫째로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냉정을 회복하면서 본연의 위치를 확인할 때 우리는 공산도당의위협앞에, 항상 전전긍긍할수밖에없는 허약한 체질이라는, 일종의 피해망상속에 자칫 젖어감을 경계해야한다.
비록 현시점에서 그들이 소위 「전인민의무장화」를 호언하며, 비행기몇대를 더가졌다고 하더라도 그로인해 존망이 가름될 대한민국이 결코 아니라는 자신을 지녀야하며 공산주의자들과 끈질긴 투쟁을통해 탄생했고 6·25의혈전을 통해 자라난 「성년한국」이라는 승공의 긍지를 먼저 굳게 다져야한다는 것을 강조해두고자한다.
필자는 새삼스럽게 「동요」를 경계하고, 싸우며 건설하자고 역세한 박대통령의 연설을 상기시키고싶다. 6·25를 다시 초래할만큼 둔감하고 연약한 정부도 아니려니와, 공산도배에게 농락당하기에는 너무나 성숙하고 강인한 오늘의 우리국민들이다. 사태를 결코 안이하게 평가하고자 함이 아니고 「큰일났다」를 연발함으로써 위기의식과 전쟁공포감을 조성시켜 부지불식간에 그들의 간악한 흉계에 말려드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모처럼 시동된 고도성장을 계속 유지하기위해서는 생산활동의 침체를가져올 심리적 위축이나 사회적불안을 허용해서는안된다.
국가의 기조와 근간에동요가없고 5개년계획등 본래의 목표에 변함이없고 그진전에 차질이 없이전진하는데는 몇가지 요건이있다고 생각한다.
그첫째로는 실력으로써 외부로부터의 침공을 막아낼수있는 물량면에서의 방위전력증강이 다. 다시말해서 가상의 모든 적에대해 군사적으로 우세를 유지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번사건을 계기로 빠른 시일안에 북괴의 군사력에 대비하여 열세인 부문이있다면 이를증강 보완하는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다. 박대통령이 제기한 1백만향군무장을 비롯하여 적극적인 민방위체제도 정비강화해야한다.
그다음은 정신면에서의 자세의 전환이다. 휴전하임을 잊은 듯 이상적으로 팽배했던 「태평무드」가 노출시킨바, 불과 31명의 공비침입사건에서 받은 충격적인 반작용을 놓고 깊이 자성해야 할줄안다.
여기서 무엇보다 긴요한것은 지도계층으로부터의각성이다.특히 정치인들이 난국에 임해서 보다넓은 시야속에 국가운명을담는 안목이 아쉽다. 「너」와 「나」 를 지양하며 「우리」로서 결속하여 난관을 극복하는 격조높은 「정치」가 요청된다.
여기에는 정부도 예외일수는 없다. 대공태세에 이상없다던 장담을 엄숙하게 따져 묻는 대중의 소리를 듣고 뉘우침이있어야 할줄 안다. 국민의 열띤 여론이 비등하는동안만 긴장했다가 점차로 해이되어서 또 다시 허실을 드러내는 일이 없도록 완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며 차제에 관계책임자들의 자책과 분발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이번 사태를 교훈삼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주체성」의 문제이다. 모름지기 고질화한 의타적인 타성에서 하루속히 깨어나야 하겠다.
신뢰해 마지않는 우방이 이번사태의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그것이 무엇으로 변명되건간에 한국민에게 「허」를 실감케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못한다. 한민족의 운명은 끝끝내 우리자신의 역량과 지혜에 달려있음은 말할필요조차 없는 일이지만 이번에 우리는 다시한번 이 평범한 진리의 교훈을 통감해야겠다. 비록 일조에 이루어지지않는다 하더라도 그럴수록 서둘러 자체역량의 증강에 정진해야한다. 민주주의와 자유에의 확신을 불러 일으키는 강력한 지도력, 온국민이 조국애의 바탕위에 결합되는 견고한 단합,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부문에서의 순화, 이 모든것이 우리의 운명을 이끌고 가는 「역량」으로 결집되어야 한다.
기점이 무엇으로 비롯되었건 이번사태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으며 대공전열을 앞당겨 정비케했다. 조금도 당황할것은 없다. 이제 당황할것은 오히려 김일성도당이다.
착실히 실력을 갖추어가면서 추호도 그들의 계략에 말려들지말고 『싸우며 건설하자』는 영도자의 지도밑에 본래의 국가목표로부터 일탈하지 말아야한다. 경각심의고취와 공포와 불안의 팽창이 되지 않게 자중할 것을 거듭강조한다. 「위기」를 인식하고 거기에 대비할때 이미 위기는 없는 것이다.

<차례>
①안보와 대미관계
②방위의 당면과제
③위기의식의 우험성
④긴장사태와 의회정치
⑤태평「무드」, 사치와 나비의 풍조
⑥경제계획과 방위산업
⑦반공교육의 허실
⑧자주의 사상-민족자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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