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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첩보왕" 「게렌」장군 은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공첩보의 명수로서 세계적인 정평을 받고있는 서독연방 정보부 (BND= 일명게렌기관)장관 라인하르트·게렌 장군이 25년만에 은퇴한다는 소식은 서독사회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는 5월1일 후임인 「게르하르트·베셀」 장군에게 자리를 물려주는「게렌」 장군이 독일국민들 입가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는것은 서독의 제5열의 두목이었다는 점보다 2차대전때부터 그의 얼굴을 본적도 없고 사진마저 찍어본 일이 없는 이른바 「얼굴없는사나이」 또는 「유령장군」 이기때문.
올해 65세. 바싹마른 몸에 영국신사풍, 그리고 잠자리에서도 검은 안경을 벗지 않고 그가 지휘하고「게렌」 기관이란 공산권 정보에관한 한 그 정확성이나 신속성은 세계의 「톱」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의 CIA도 두손을 들고 있다.
「게렌」의 이름이 동서첩보기관에서 주목을 끌기 시작한때는 2차대전중인 1942년 「나찌」독일육군참모본부의 대소정보부장에 취임한 후의 일.
한 「에피소드」를 들추어 보면 독일 패전의 해인 44년1윌9일 「게렌」 은 소련군의 일대공세계획을 재빨리 입수, 「히틀러」에게 보고했다. 「히틀러」는 『이런 허위정보를 만드는자는 정신병원에 집어넣어야된다』고 노발대발했는데 그후 3일만에 소련군은 노도와 같이 진격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가장 새로운 사실로는 작년 중동전쟁이 터지기 며칠전, 「게렌 기관은 개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 서방측에 보내옴으로써 「에르하르트」 정권하에서 서리를맞았던 BND는 다시 「키징거」 정권의 신임을 얻게 됐다. 「게렌」 장군은 「베를린」함락직전 심복부하수명을 거느리고 남부독일에서 미군에게 투항했는데 전미국CIA장관 「아렌·덜레스」씨가 발탁, 대소경보교환조건으로 풀려나와 미국으로부터 연간3백50만「달러」의 지원조건으로 그의 경보기관을 존속시킨것.
1955년 「게렌」 기관은 미국과 인연을 끊고 서독정부에 정식으로 이관, BND라는 간판을달게 됐다. 본부는 현재 「뮌헨」근교 「프라하」 지구의 숲속에 자리잡고 연간1억「마르크」(원화67억5천만원) 의 예산으로 5천명의 직원이 첩보활동에 종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공산권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분쟁 지역의 정보까지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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