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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고있던 고용부, 내달 노사정 협의한다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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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도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다음 달부터 노사정 협의체를 가동해 통상임금 문제를 본격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고용부가 정하는 통상임금의 산정 범위와 법원의 판례 간 차이로 인해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며 “논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불확실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간 고용부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른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통해 “각종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근속연수에 따라 정해진 비율로 분기마다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고용부가 이를 행정해석에 반영하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며 “결과적으로 근로자와 기업이 소송비용을 부담해 가면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논란의 핵심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국내 임금체계상 임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고정·정기상여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임금 총액에서 차지하는 기본급 비중은 제조업이 평균 40% 수준이다. 2008년 고용노동부 조사에선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기본급과 기타 고정수당을 합산한 금액에서 8.37% 정도 통상임금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 규모가 크다 보니 노사 간 입장도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앞으로 노사정이 이 같은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전문가는 “못 받은 임금을 정해진 법에 따라 돌려받겠다는 것은 개인의 권리”라며 “노사정이 큰 틀에서 합의한다 해도 현재의 혼란을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전체적인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포함해 종합적인 안목에서 노사 간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체적으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시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게 급선무”라며 “다만 혼란을 줄이기 위해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동시에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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