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박아의 부모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버지는 똑똑한 자식을 제일 귀여워하고, 어머니는 못난 자식의 편을 든다고 흔히 말한다. 이것은 어머니의 사랑을 말해 주는 얘기이겠으나, 그렇다고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에 다를 턱이 없다. 어린이란 사랑과 희망과 평화를 전도하기 위하여 하늘이 내린 사도들이라고 어느 누가 말했다. 정원의 아름다운 꽃들로 비유되는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축복과 사랑을 등진 채 그저 어머니의 눈물과 치마폭 속에서 어둔 길을 걷는 어린이들이 따로 있다.
『나는 늘 신음 소리를 거의 의식하면서 무서운 꿈에서 깨어나곤 한다. 큰 아이 기홍이를 데리고 험한 계곡을 기어올라가다가 떨어지려는 위기에서 진땀을 빼며 깨어난다. 이렇게 불안한 함정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남모르는 슬픔을 눈물로 참아온 날이 이제 10년이 되었다.』 어느 정신박약아의 어머니는 이렇게 호소한 적이 있다.
정박아는 우리 나라에서 30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을 위한 특수 교육 시설은 단 하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정신병자는 서양에서도 18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그저 쇠사슬로 묶어 감금해뒀었는데 우리 나라의 정박아란 중세의 정신병자의 생활이나 별로 다를 바 없는 듯하다.
이들에게 정상아나 다름이 없이 웃음과 꿈을 안겨 주고, 적어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 나름의 숨은 자질을 키워내게 하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하고 몹시 아쉬워지는 것이다.
오늘 서울에서 처음으로 정신박약아 부모회가 열렸다. 정박아를 위한 특수 학교를 미국에서 본 일이 있다.
미술 선생이며 공작 선생들이 아이 한사람씩에 붙어 있고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심리학자가 따로 있고… 콩나물 교실과 사다리식 수업제에 낮익은 눈에는 그저 부럽기만 했었다. 그만한 사치 (?)를 우리는 당장에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박아도 비록 병든 꽃이기는 하지만, 가꾸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아름다워 질 수 있다는 깊은 이해 아래 정부나 사회가 좀더 이 정박아의 부모들의 호소를 귀담아 들어줘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