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안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살림집 규모는 어떻게 꾸며야 좋을까? 덩치는 크지만 쓸모가 적고 헤벌어진 집. 작아도 씀씀이 짜인 집이 있다. 살림과 일용품이 구석구석 너저분하게 흩어져있는걸 누구도 좋아할 이 없다. 간편하게 정돈되고 또 주어진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넓게 이용하는 처리방법-지금 우리 살림집은 방·마루·부엌·현관에 이르기까지 합리적인 정리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 첫 「캠페인」으로 안방을 생각해본다.
안방은 우리살림집의 핵심. 안방을 중심으로 그 가정이 구성된다. 한 가정을 거느린 부부의 거실일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식구의 이목과 행동이 집약된 사령탑. 때로는 귀한 손님을 맞아들이는 따스한 자리가 되기도 한다.
안방의 규모에는 그래서 가장 신경이 쓰인다. 방의 넓이, 가구의 선택과 배치, 그러면서도 그 가정의 교양을 나타내는 품위가 거기 깃들여야하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살림집은 『가구 틈에 끼어 사람이 사는 형편』이라고 건축가 김중업씨는 말한다.
괜찮다는 가구와 장식품을 온통 안방에 들여놔 전시장삼아 겉치레하는 통폐를 지적하는 말이다. 그러나 안방이야말로 가장 간편하게 정리돼 있어야할 곳.
근년에 안방이 현저히 넓어져 15평의 예도 있지만 가정의 부부단위화경향에 어긋난다. 안방은 7, 8명 앉을 정도-4, 5평(재래한옥의 2간방) 정도로 족하다.
가구는 방 넓이의 10분의1만 차지해도 많은 편에 속한다.
공예가 박성삼씨는 외국의 가구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우리 나라 옛 가구도 필요한 크기의 작은 것들인데 『왜 쓸모 없이 크고 겉치레에만 급급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가구가 낮아지는 것은 좀더 안락하게 꾸미려는 것이요, 공간을 보다 넓어 뵈게 하려는데 있다.
실용성을 무시한 큰 가구는 허식에 불과하다. 그래서 영단주택 같은 새 건축에선 벽에 붙임장을 만들고 혹은 반침을 넣어 아예 건축화 한다. 여기에 거추장스런 「호마이커」장도 철제 옷장으로 보급되고있는「캐비닛」도 불필요하다.
안방은 용도에 따라 세 가지 개념을 갖는다. 침실·「리빙·룸」 및 그 두 가지를 겸해 쓰이는 경우. 그 쓰임새에 따라 가구 역시 달라져야 한다.
①대저택에서 단순한 내실이요, 침실일 때 가구가 번거롭지 않은 게 상식이다. 간단한 옷장·경대·「라디오」정도.
②「리빙·룸」일 때 넓을수록 좋지만 이는 대청이 없을 때에 한다. 아주 낮은 자그마한 탁자와 의자 한「세트」, TV와 전축 및 생활과 취미에 부합한 장식장이나 사방탁자, 그리고 두루 쓰일 수 있는 작업대(책상)가 놓이는 정도.
③우리 나라 일반가정의 안방은 대개 「베드· 룸」과 「리빙·룸」을 겸한다. 또는 응접실까지 겸하므로 여긴 항시 사람이 붐빈다. 그러므로 이때의 가구는 자그만 옷장과 경대, 장식대와 작업대를 겸하는 소반이나 문갑, 그리고 폭신한 「매트」(방석)를 갖춰둔다.
가구가 아담한 소품들일 때 벽면의 처리를 고려해야할 것이다. 액자와 족자 등으로 무료한 공간을 메운다. 장식에는 여행기념품, 취미적인 수집품·화분도 진열하고.
최근가구는 옷장이면 옷의 크기만큼 치수가 줄어들고 있다. 뿐더러 조립식·이동식의 가구를 만들어 장식과 실용도를 높인다. 작업대는 특히 그 점을 유의한 제품이 많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