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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에 밝은 월남의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사이공=조성각·김용기특파원】월남의구정은밤새도록 폭죽이터지는 폭음속에서 맞았다. 월남국기와 수백개의 전등으로 휘황찬란한 「사이공」 의 중심가 「레로이」 거리는 인산인해. 『아버지생일엔 굶어도「텟」(설) 에는 배가찬다』는 월남이기때문에 가정이나 거리는 온통생화나 조화로 축하의장식. 작년 한해 폭죽에 쓴 화약값이 약3억 「피아스타」에 이를만큼 천지가 폭죽소리로 소란하다. 월남의「텟」을처음으로 맞게되는 외국인에게 밤새도록 계속되는폭죽소리는 기관총소리처럼 요란하여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하지만, 모든 잡귀를 쫓아낸다는 월남의 폭죽은「바나나」줄기처럼 주렁주렁매달아 잇달아 터지는 연발식 폭죽. 섣달 그믐날 석양이 지면「사이공」의 거리는 문자그대로 수라장, 차도와 인도할것없이 2백50만시민의 태반이 20만대의 각종차량과 50만대를 넘는 자전거물결의 틈에 끼어 자동차고 사람이고움직일수가 없을지경이다. 20여년동안 전쟁속에 살아온 월남인들은 오랜만에 무질서한 속에서나마 그리던 평화를 맛본다. 섭씨 36도속의 설은 우리 군인들에게는 실감이 잘 나지않지만 장병들은 모처럼 찾아온휴식-설을 맥주와 남국의과일과 더위속에 즐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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