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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한 사회풍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806년엔가 「나폴레옹」의 군대가 전구라파를 휩쓸고있을때 불란서군대의 점령하에있는 「베를린」에서독일민족이 어째서 불란서군대에 정복되어야 했더냐고울분을 터뜨렸던「요한·고트리브·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주는 연속강연은 그후 독일민족의 정신적 재건을위한 지침이되는 역사적 대강연이었음은 너무도유명한 것이다. 이강연에서「피히테」는 독일민족자체는 불란서민족에게 조금도떨어질것없다. 역사를 돌아보아도 독일민족은 훌륭한문화적 업적도 많이 남겼고 또 용감했었다.
그런데 오늘 이지경이 웬일이냐? 불란서국민이 그 군대가 독일국민보다 원래 우수하게 타고난 무엇이있기때문이냐? 아니다, 오늘의 독일사회가 부패하고 타락한것이다. 모두가 지도층일수록 더구나저만먹고 살겠다는 이기(利己)주의에사로잡혀있고, 그때문에 도의(道義) 정신은 땅에 떨어졌고, 또 그대문에 어디서도 민족의 공동의 번영이나 국가의 부강의 책임을위하여 희생·봉사하여야한다는 애국심의 발로란 조금도 찾아볼수없다. 이러한독일국민의 허약한 타락된풍조 그것이 결국 불란서군대의 침략을 불러 들인것이 아니었더냐고 독일국민을 꾸짖으며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가 겪은 6·25는 무엇때문이었더냐. 우리국군의 고문관이었다는미군고급장교가 한국을 떠나면서 남기고간 한국군에대한 찬사도 어처구니없는것이었지만, 그후 3년간의 처참한전쟁의 피해를겪고, 또4·19와5·16의 정치적중대위기를 다겪고난 오늘, 국가근대화의 새역사를 창조한다는 오늘 이나라· 이사회의 기풍이란 어떤형편에있다고설명되어야할것인가, 부패와타락은 누구나 말하고있다.
불과 31명이었다고는하나국가전복음모의 한방법으로수일간의 전투가 가능할정도로 완전무장을한 북한괴뢰의 공산 「게릴라」 들이,그것도 48시간전에 휴전선을 넘어서서 서울로 향했다는 적확한 정보를 받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시내에 잠입할수있도록기회를 주기에 이르렀었다는 것은 무엇이냐, 무엇이어디서 잘못되었다는 것이냐, 듣기에는 청와대에 멀지않은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던 그날 오후 정부의책임있는 요인들중 누구누구는 아무일도 없다는듯이「골프」를 치고있기도 했다니, 이 무슨 국가의 기풍이 이러랴, 특히 이나라 지도층의 허기에 들뜬 일면을 지적치 않을수없다. 그런대로 종로경찰서장이 정면으로 적에 부닥치면서 적탄에 넘어질정도로 우리군·경들이 「게릴라」 의 무리들을 시내에서 쫓아내고 잔당을 거의전부소탕할수있었다는것만은천만다행이었다.

<북괴의전쟁준비>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바로 공산괴뢰들의 잔인한 침략행위에 우리는 다시금 놀라지 않을수없다. 첫째 저들은 사람의 목숨이란것을어떤기계의 허잘것없는 소모품같은 것으로 여기고있다는점이다. 「게릴라」 부대를 제아무리 훈련을 잘시켰다고하고, 또 우리의 경비가 허술한바 있었다하더라도 어떻게해서 쉽사리 저들의 목적이 이루어지리라고 그사람들을 서울까지들여 보냈을까. 젊은 사람들에게 완전히 무지와 거짓으로 닥달시켜가지고 죽음을 모르고 발악할수있도록 그것만을 강요하고있는것이다. 간첩이란 사람들이지금 얼마나 넘어와있는지는 알수없으나 그들은 결국죽은목숨이나 다름없는것이다. 간첩으로서표면에나타났다가 여기서 아니잡힐수없다. 또여기잡히는 경우보다도 아무것도 할수없었다는경우가 저들에게는 더무서운 공산당의 벌을받고 죽음의길을밟아야하는것이다. 간첩으로 교육받고남한에 넘어와서 남한의실정이 괴뢰들의 교육과 전혀 다르다는사실을 알고 전향한사람들이 솔직하고 떳떳하게 저들의 무모한 침략의 음모와인간을 단순한음모의 소모품으로 다루는 실정을 고백하근있는 그말들이 저간의사실을 충분히 증명해주고있는것이다. 그뿐아니고이번의 포로가 말하는바에의하면 괴뢰들은 다시 대규모의 전쟁의 준비를 하고있다는것이다.
중요한 시설을 지하에시설하고 어떤 공격에도 피해를 받지않으면서 침략할수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무슨때문일까.혹은 공산세계와 자유세계와의 대립이 어느때인가는 전쟁을 유발케될것아니냐하는 관측도 없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있을 전쟁의 규모란것은북한의 좁은땅만이 따로 살아나고 제멋대로 침략의야욕을 채울수도 있는 경우가 오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수 없는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무모한 대규모의 지하시설을 갖추며 전쟁준비를한다는 그내막에는 전쟁의 위기가 급박했다는 과대한 선전에서 그곳사람들을 대량으로 강제노동에 동원하며저들의 정권에대한 불만을말할 엄두를 못내게할뿐더러권력을강화하며 반대파에대한 강압의한수단으로이용되는편이더클것아닌가한다.
저들의 무지와 무모는오직 권력만이면 어떤짖이라도 다 할수있고, 권력의강화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가리지않고 저들이 즐겨말하는 「인민대중」도, 「친애하는 동지」도 언제 어떤희생의 제물로 바쳐도 아까울것 없다는 권력욕 뿐이라할것이다. 앞으로 저들이또 무슨 짓을 저지르게될는지 지금새로운각도에서다시경계치 않을수없는 것이다.

<정신적자세부터>
문제는 다각적으로 검토되어야할것이다. 대책은 여러가지 있을수있을것이다. 그러나 그런중에서도 단한가지 우리들의 정신적 자세를 굳건히바로잡고나가야할것이다. 특히지도층의고위의관리, 고위의정치가,고위의실업가, 또 고위의무엇무엇이 적지않을것이다. 이제 지도층은 과연 지도적 입장에서 이나라 이사회의 타락되고 부패된 풍조에 대하여 어떤 책임을 느끼고있는가. 내집의 담장이나 높이 쌓고 문만꼭잠그고 들어앉아있으면 간첩이고 무엇이고 그만이리라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그는 큰일난 사람일것이다.
「피히테」의 말을 빌면 여러모로 당시의 독일형편에 부합되는 점이있다. 그중에서도 부패와 타락-도의심의 타락은 곧 국민의 애국심의 고갈을 말하는 것이다. 이기심만이 살아서 저만 잘먹고 저만 행세하자고한다면 결국에 나라도 말아먹게된다는 것이다. 이제국민의 기풍을 견실한 길로 바로 잡기 위하여 우리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할것이다. 정부당국과모 든지도층의 깊은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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