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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미대통령의 연두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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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베트남」전쟁의 전망과 미국의 대내·외시책의 기본설계를 밝힐 것으로 기대되었던「존슨」 연두교서가 발표되었다. 「존슨」미대통령은 어제 상·하원합동회의에서 발표한 교서를 통해 미국정부는 외교·국방면에서 ①「베트남」평화회담을 작년9월말,「산안토니오」에서 천명된 기본방침에 따라 개최할 수 있으며 ②68회계연도예산지출액으로서는 현 회계연도보다 1백4억「달러」가 증액된 1천8백60억「달러」를 제의한다고 했다.
미국대통령에 의한 상·하원합동회의에서의 연두교서발표는 연례적인 것이긴 하지만, 올해는 위에서도 지적한대로 미국이 대통령선거를 맞는 해인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교서를 보면 첫째로 「존슨」대통령이 미국사상 최대규모의 연방예산개요를 밝히면서도 비교적 신중한 표현을 빌리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작년만 해도「존슨」대통령은 「베트남」문제를 『동남아의 전쟁은 「잔인하고 참·혹한 것」이나 미국은 월남에서 우리에게 총을 쏘는 자들이 자유세계의 인민들을 이기도록 방임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한편 『월남전을 싸워내는 동안에도 위대한 사회건설을 속행시킬 수 있다』고 강력하게 약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올해의 같은 대목에서 미국의 월남에서의 목표는 『가장 빠른 시일안에』평화를 달성하는데 있으나 적이 아직도 미국의 인내력이 지탱하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이번 교서는 예년의 그것이 첫째부문에서 국내문제를, 그리고 둘째 부문에서 국제문제를 고루 균형맞춰 다루었었는데 반해 국내문제를 중심한 것이 또한 특징적이다. 하기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선거전의「테이프」가 끊긴다는 정치적 제약 때문에 위에서 지적된 두어가지 특징이 이번 교서에 담겨졌을지도 모른다.
아뭏튼 외교·국방면에서 본 그의 이번 교서는 국내 정치적 필요를 크게 감안한 신중성과「베트남」에서의 전통적인 화전양면전략을 다시 천명했다는 점등에서 별로 새로운 것은 없는 듯한 인상이다. 그는 적이 협상에 동의해야 북폭을 중지한다는 의연한 태도를 밝히는 한편에, 중공과 곡물을 교환하고 문화교류를 시작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미·소 관계의 밝은 전망을 말한다. 내외의 반전 여론과 선거「시즌」을 앞둔 그의 고뇌가 그런 구절들에 진하게 배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그는『협상이 즉각 열리고 건설적인 전망이 선다면 북폭을 중지하되 상대방이 과거처럼 우리의 자제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못박고 있다. 다시 말하면 평화를 위한 협상은 하되 협상을 위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인 것이다. 실제로 그는 동남「아시아」군사비를 현 연도보다 12억이 많은 2백57억5천만「달러」를 제의하여 그런 견고한 기본태도를 뒷받침했다. 그의 강인한 체질이 잘 엿보이며 또한 「아시아」방위에 대한 약속의 성실한 이행을 거듭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국 등의 국가들이 경제를 부흥시키고 정치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 것 등은 우리로서도 고무적인 지적이었다고 할 것이다.

<금준비제의 철폐>
한편「존슨」대통령은 미국의「인플레」대책, 국제수지대책, 금준비제도에 대해서 의회의 협조를 구했다. 8년째 계속될 호경기의 계속으로 미국은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과정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인플레」경향에다가 「베트남」전비의 팽창에 따른 지출증대 때문에 더욱 강력한 「인플레」대책이 요망되고 있다. 「존슨」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10%의 소득세부가세법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하겠음을 강조하고있다.
부가세의 신설로 재정적자를 68회계년도의 2백억불 규모에서 69회계년도에는 80억불로 줄이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연율35억「달러」규모가 될 국제수지적자에 대처하기 위한 1월2일자「달러」방위조치를 재확인하고있으며 온 세계의 주목거리인 금-「달러」문제에도 미국의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존슨」대통령은 「달러」의 금평가를「온스」당35불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었다. 그러나 「달러」의 금평가를 유지하기에는 미국의 금준비가 너무나 적었기 때문에 「파운드」화 평가절하 후에「골드·러쉬」는 계속 되었던 것이다. 미국의 금보유고는 1백10여억 「달러」에 불과했고 화폐발행고에 대한 25%의 법정준비금을 제외하면 속박되지 않은 자유금보유고는 10여억「달러」밖에 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화폐발행고에 대한 금준비제도를 폐지하느냐 아니면 금평가를 수정하느냐의 양자택일문제에 봉착했던 것이며「존슨」은 금준비제도의 철폐를 제의하게 되었다. 금준비제도의 철폐제의는 미국의 금보유고1백10여억「달러」를 전액상실 한다 하더라도 금평가는 수정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이로써 당분간「골드·러쉬」는 냉각될 수 있는 것이며 국제유동성부족현상도 또한 완화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경제적으로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숨길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금준비제도를 철폐한다하더라도 국제수지적자를 억제하기 위한 「달러」방위조치를 강화하여 실질적으로 이이상의 금유출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속셈을 보였기 때문이다. 연율35억「달러」의 국제수지적자를 축소시키기 위해서 미국은 금리를 인상시키고 지준율을 인상시켰으며 해외여행을 제한할 것이다. 또한 대외투자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수입세를 3%인상시키려하고 있으며 수출에 대해서는 조세환부제를 추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상·하 양원에 계류중인 2백여개의 수입제한조치법안이 대기하고있어 직접적인 수입억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보호주의적 조치를 취한다면 자유무역주의의 선도자였던 미국이 근린궁핍화정책으로 후퇴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선진국간의 보호주의적 악순환을 유발시킬 것이다. 만일 그러한 경향이 노골화된다면 새로운 세계경제의 후퇴과정이 유발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오늘의 세계경제로 보아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보호주의정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역사적 불행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금평가를 수정함과 동시에「달러」의 평가절하를 단행함으로써 직접적 보호수단에 호소하지 않고 정통적인 가격조절 및 소득조절기능에 기대해야 했을 것이라는 것이 국제적인 여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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