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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영국에서 구주의 영국으로|「윌슨」의 초긴축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윌슨」영국수상은 16일 의회에서 장기긴축재정정책을 발표했다. 해외군사와 사회복지사업비의 삭감을 주요내용으로한 이 장기긴축재정정책을 통해 영국정부는 앞으로 3년동안에 정부의 지출을 25억불이나 대폭 절약한다고 「윌슨」수상은 말했다. 이번긴축재정계획은 작년 11월에 단행한 「파운드」화의 평가절하에 이어 영국의 경제위기를 구하기위한 또하나의 대결단인 것이다.
이미 보도된 일련의 계획가운데서 세계의 주목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1971년말까지 「수에즈」운하이동에 주둔하고있는 영국군을 철수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수에즈」운하 이동에 주둔하고있는 영군수는 「페르샤」만 지역에 6천명, 「싱가포르」및 「말레이지아」에 3만2천명 「홍콩」에 약l만명등이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가운데 「홍콩」 에 있는 군대만은 철수 계획에서 제외된다고 「윌슨」수상은 밝혔다.
「윌슨」 수상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지아」로부터 주둔군을 철수하는대신 이들 두나라와 공동방공체제를 설치할 용의가 있다고하여 이 지역의 병력공백상태를 보완할 계획임을 나타냈다.
그런데 「월슨」수상은 작년 7윌18일에 발표된 추가국방백서를 통해 전반적인 병력감축계획을 공포한바있다.
그때 「월슨」수상은 앞으로 4년동안에 3만7천명을 감축시키고 또 1970년중간 무렵까지 군인과 문관을 합하여 8만명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리고 해외주둔군의 감축에 대해서는 「유럽」과 지중해의 병력을 남겨놓고 1970년 중엽까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부터 주둔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던것이다.
「윌슨」 수상이 「1970년대중간」이라고 발표했기때문에 동남아의 영군철수가 1975년을 전후하여 단행될것으로 관측되어왔던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윌슨」수상은 197l년말까지 동남아의 영군을 철수시키겠다고하여 세상을 놀라게했다.
철수시기가 1970년대 중간에서 1971년말로 앞당겨서 확정된것은 영국정부가 국방백서를 발표할때만해도 예견할 수 없었던 경제적 여건이 작년 11월의 「파운드」화 평가절하 이후에 조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겠다.
그런데 영군의 철수계획 못지않게 세상을 놀라게한것은 영국이 미국에 주문했던 50대의 최신식F111 전폭기의 구매계약을 취소한것과 핵잠함의 건조계획을 늦춘것이다.
이두가지 조치로 영국은 핵전략에서 커다란 뒷걸음질을 친셈이 되었다.
그렇지만 영국은 이와같은 조치로 국방비를 절감하는 한편 의무교육 연장계획의 연기 국영의료비 처방 요금제부활등으로 사회복지 사업비를 삭감하여 앞으로 3년간 25억불의 정부예산을 절약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영국은 「파운드」의 평가절하에 발맞추어 군사및 정치면에서도 현실적으로 응분의 자세를 갖추고 경제력 회복을 노리는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진영방위의 커다란 일부를 맡았던 영국의 역할을 사실상 단념한것이라고도 해석될 수 있겠다.
그것이 미국이 월남전에 힘을 기울이고있는 이때에「싱가포르」「말레이지아」및 인도양의 방위에 커다란 구멍을 생기게 한것과 F111후의 구매계약취소로 국제수지개선에 애를 쓰고있는 미국에 타격을 주게되기 때문이다.
그때문에 「윌슨」의 발표에 대해 미국의 신문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여, 『19세기부터 지속되어온 미국과영국의 특수관계는 이제 끝장이났다』고 개탄하는가하면 『영국은 이제「유럽」의 도시국가로 전락했다』고까지 혹평하고있다.

<임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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