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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당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스칼라피노의 비율」로는 이제 한국의 정당정치를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야당의 한통숙의원은 그 비율을 새로 수정했다. 당분간은 「한통숙 비율」이 적용될 것 같다. 두가 지 비율의 차이는 0.3 쯤 된다.
이른바「스칼라피노」교수의 「1.5당제」는 묵은 기록에 불과하며 「l.2」쯤이 새 기록이다. 「한 개의 여당」과 「반개의 야당」이 지금은 「한개의 여당」과 「0.2개의 야당」으로 전락한 것이다.
「1.2」의 산출근거는 이렇다. 의회의 기능은 국회의 개회에서 시작된다. 개회는 소리에 의해 가능하다 소집의 요청은 헌법(43②)에서 재경의원 4분의1로 정했다. 「4분의l」은 말하자면 야당의 「마지노선」이다. 현재의 「마지노선」은 44명이다. 신민당은 당적상으로는 그선은 분명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치적으로는 「43」뿐이다. 한통숙씨의 탈락 때문이다. 국회를 소집할 기력도 없는 「4분의1미달」의 야당은 「0.24」쯤의 구실밖에 못한다. 사사오입 「1.2당제」라는 답이 나온다. 한국의 의회정치는 사실상 후퇴를 하고 있는 셈이다.
6일 한통숙 의원의 국제전화는 확실히 정치적인 배신이다. 그는 세수의 단배식에서 야당의원으로서의 구실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도 국회소집 요청에 때맞추어 하룻만에 현해탄을 건너가는 것은 무슨 꿍꿍이 속인가. 왜 지금 그는 아무 말이 없는가
소신껏 한 일이라면 국내에서 떳떳이 성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그의 직업이 국회의원인 한 그것은 국민에 대한 의무가 아닌가. 동경 「오꾸라·호텔」에서 국민의 귀엔 들리지도 않는 모기소리로 전화나 몇 마디 걸고 총총히 사라져 버린 것은 「정치도의」의 도도 모르는 짓이다.
한 의원은 명색이 재선의원이며 5·16의 정변을 몸소 겪은「정치의 각고」를 아는 사람이다. 원망은 한 의원에게만 퍼부을 수도 없다. 소리 성명을 확인할라치면, 이제까지의 국회 소집은 상당한 경우가 무효일 것이다. 원내총무는 헌법 모독의 단죄감이다. 목을 졸라도 몇 차례는 졸라야 할 것이다.
한 의원 사건은 사전 과의의 혐의가 짙다. 그럴수록 안타까운 것은 정치 「드라머」의 제물을 자원하는 정상들의 행상이다. 한 의원은 정작 할 말이 없어 잠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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