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2)주세에 할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구멍가게 맥주값이 별안간 2백원으로 올랐다. 세밑에 1백60원하던 것이요, 정초 며칠동안만 하더라도 그 값으로 팔았었는데 구멍가게주인 말은 정월초하루부터 그렇게 오른줄도 모르고 그 값으로 팔았으니 도리어 억울한 듯이 개탄하더라고 심부름하는 애가 보고를 했다.
정초휴가가 끝나고 일이 시작되던 날 연말연초의 주독을 풀셈으로 한「호텔」의「칵테일·라운지」에 들렀다.「스카치」를「온더럭스」로 분명히 두 잔만 마셨는데 셈할 때보니 그전의 석 잔 값이었다.
『어어, 내 석 잔을 마셨던가?』 『아닙니다-』 「바텐더」가 설명했다.『―세금이 올라 그렇습니다. 금년에는 나라를 위해서 더욱 많은 공헌을 하시게 됐으니 축하합니다.』
「바텐더」의 그런 축하를 받았지만, 조금도 위안은 되지 않았고, 마음속의 억울함도 풀리지는 않았다. 어째서 하룻밤 새에 백60원이 2백원이 되고 하루전의 석 잔이 오늘은 두 잔으로 둔갑을 하는 것이냐 말이다. 당장 억울한 마음 같아서는 그까짓것 안 마시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마는, 작심삼일(作心三日) 이라던가, 어차피 지켜지지 않을, 그런 말을 경솔하게 지껄일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가, 금년에는 나라에의 공헌을 더 많이 하리라는「바텐더」의 축하도 받은 터수라 섣부른 작심(作心)을 했다가는 내 애국심에 손상이 갈세라하는 걱정이 앞을 선다.
그래서 올해에도 열심히 마실 것을 조건으로 해서 납세자(納稅者)로서 당국에 한가지 청이있다. 세금을 얼마를 붙이든 이것이 우리 술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술인지「알콜」인지 알 수 없는 액체에다 미삼(尾蔘)한 두 뿌리를 담갔다고 우리 술이 될순 없다. 불란서식 포도주라고 광고했다고 그것이 불란서식 포도주가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알콜」을 희석(稀釋) 시킨 것을 가지고 아무리 자랑해도 우리 소주는 아니지 않느냐. 요새 막걸리가 우리 것이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관광입국(觀光立國)을 말하려거든 특정 외래주를 들여오기에 앞서 특정 국산주를 지정해서 우리 것을 근대화하는 노력이 아쉽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