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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이중 과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설날」이 다가오면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시절이 그리워진다. 꼬마들은 색동저고리 노랑 저고리 다흥치마 꽃밭을 이루고 옥색바지 남색조끼입는 도련님들. 세뱃돈이 주머니를 따 뜻 하게 채워주고 밤 대추 곶감 떡국으로 배부른 동심은 널뛰기 제기차기 팽이돌리기 연 날리기 마냥 즐겁기만하다. 집안에서는 일가친척이 둘러앉아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이야 기꽃은 그칠줄 모르고 술상차리는 여인들의 바삐 움직이는 새햐얀 행주치마는 아름다운 풍정이 아닐수없었다.
그러나 「로키트」 경쟁과 가지가지 기계소리와 자동차소음속에 쫓기고 날로 심해지는 물 가고로 적자가계부에 지치고 신음하는 이즈음 명절이란 하나의 무거운 부담으로 바뀌었 다. 친지에게 보내야할 선물, 조상님께 차례도 지내고 어른들대접과 어린이들도 즐겁게 먹 이고 입혀줘야겠고…. 그뿐인가 음력설과 양력설이 모두 살아있으니 더욱 답답한일이다. 일정시대 양력과세를 강요당함에있어 음력과세란 하나의 애국적 민족적 행동으로 과시 되었 던 감정이 오늘까지 이중과세의 블합리를 가져온것같다. 양력설에는 관공서, 각기관, 학교 등이 쉬기때문에 헤어져있던 가족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과 놀이등 가족단란의 기회 가 도시나 농촌이나 동일하게 지닐수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오랜습성은 꼭 차례는 음력이라야만 되는줄 안다. 조상님들이 음력이 아니고 양력 설에 차례를 지낸다고 공동묘지에서「데모」를 하시고 집집에 자시러 안 오실리도 아닐 텐데 구태여 옴력설을 고수하여 직장이나 학교를 결근 또는 지각을 할필요도 없고 시골집 에 참석차 못왔다고 불효자식의 낙인을 찍을것도 없지아니한가.
내집에서는 양력설을 지냈는데 앞뒷집에서 음력설에 기름냄새 피우고 떡방앗집 드나들어 애들한테 졸리게되는 것도 안타깝다. 간직해야 할것을 쉽게 내버리는가하면 내버려야할 구습을 고집하려는 풍습이 안타깝기만하다. 모든면에서 근대화니 합리화니 하는시대에 이 런 불편과 낭비를 버리고 옛날처럼 부담없이 즐길수있는설명절이 되기를 바라는마음 간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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