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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공산권 동향-K·C·테일러 UPI공산권 전문가 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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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부의 분열적 요소 아래 가중되는 압력을 받아온 공산권은 68년 중 더욱 광범한 문제들을 겪게 될 것이다. 공산 대오 속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주요 배후요인은 이념적 국제유대보다 국가단위의 이해가 더욱 중요성을 띠어가고 있는 조류에 대한 인식이 점점 굳어가고 있는 현장이다.
모든 점으로 봐서 이러한 경향은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음이 분명하며 「모스크바」는 모든 타 공산국가들을 위성국가가 아닌 동맹국으로 대접함으로써 이들을 단합하도록 노력하는 일에 어떻게 합 도리가 없다는 사실을 달갑지는 않지만 밤아 들이기 시작했다.
이미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블럭」과 북평을 중심으로 한 「블럭」의 이원적 형태 이상으로 분열된 전체적인 국제 공산주의 운동에 대해 이 내부적 긴장감은 더욱 큰 영향을 미치면서 표면화할 것이다.
새해에는 보다 많은 분열을 예견할 수 있으며 「모스크바」계 국가와 공산당 사이에는 각자의 독자적 이념 및 정치이해를 추구하면서 독립 노선을 더욱 강화시키자는 주장이 더욱 높아갈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있는 현상들로 미루어 보건대 이와 같은 분열은 오는 2월 「부다페스트」에서 「모스크바」의 주창으로 열릴 예정인 공산당대회를 계기로 표면에 나타날 것 같다. 이 대회는 소련이 반 북평 전선의 형성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국제공산주의운동의 단결을 과시하기 위해서 준비중인 공식적인 세계 공산당 대회의 예비회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모스크바」측의 간절한 노력은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모스크바」측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세계공산당 대회를 위한 예비회담을 계획했으나 아직까지 결실을 맺지 못했던 것인데 이제 어려운세득의 과정을 격은 후 그들은 17개 공산당으로부터 간신히 이 회담개최에 대한 지지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집권하고있는 14개국 공산당 중 소련 「블럭」에 속해있는 「루마니아」를 포함한 중공·월맹·북괴 등 7개국 공산당은 이 회의를 「보이코트」할 것이라는 점이 이미 명백해졌다.
세계 공산당대회를 반대하려는 움직임은 소련세력이 비대해져서 다시 「모스크바」를 주축으로 한 세계공산주의운동의 단일 지도체제가 부활될지도 모름』기미에 대한 각국 공산당의 저항을 뜻하는 것이다.
원래 세계 공산주의 운동의 분열로 야기된 중·소 분규는 이제 최대한으로 날카로와졌지만 공산주의를 분열시기는 개별 분간의 분규는 이밖에도 여럿 있으며 군소 공산국가들은 그러한 분규들로부터 자신들이 독자적인 이해를 추구할 수 있는 구실과 용기를 얻게되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크렘린」자신도 아직 정책 노선을 모색중인 것 같으며 대다수 공산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굳히지 못하고있는 것같다. 지난 10월 혁명기념석상에서 「브레즈네프」 소련수장이 이념문제와 전통적 외교정책의 목표에 관해 언급을 회피한 사실 같은 것은 소련이 당면한 그와 같은 「딜·레디」를 반영해주고 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소위 평화공존과 집중적인 민족해방전쟁을 똑같이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그가 「라틴·아메리카」공산주의를 분열하고 있는 견해차이를 엄두에 두고서 모든 형태의 혁명투쟁을 깡그리 지지 한다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학명 공식을 그가 밝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입장에서 볼 때 다른 공산당으로부터 어느 정도 정책상의 동의를얻고 가능한 한 많은 본을 소면정책 노선 밑에 규합시켜 모택동 정권의 입장에 대항케하는 일은 점점 중대한 의의를 갖게되었다. 「모스크바」는 소련지도자와 그들의 정책에 대한 북평의 비난운동이 자기들의 위신과 공산주의의 지도체제를 얼마나 해치고 있는가를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북평 측은 전 소련 수상 「흐루시초프」를 「수정주의자의 괴수」라고 지적하고 그의 후계자들은 10월 혁명에 대해 대역죄를 범했다고 비난함으로써 자신들이 공산주의지침의 유일한 핵을 이루고있고 모택동은 「레닌」의 진실한 후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식의 대소 비난 운동이 잠잠해질 가능성은 없으며 소련지도자들은 소련 공산당이 「브르좌」 정권으로 타락하는 것을 거의 고무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련도 이에 맞서 모든 외면적 자제를 떨쳐버리고 힘을 모아 반격하기 시작했으며 적어도 겉으로는 공식적인 결판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노력을 했다해도 아직은 북평 정권의 공식적 파문을 위해 세계공산당은 물론 자기들의 맹우들로부터도 동조를 연지 못했으며 가까운 장래에도 그럴 가망은 없다. 따라서 새해에 있을 세계 공산당 대회에서 소련이 거둘 수 있는 성과는 북평정권에 대한 공식적인 비난 없는 단지 상징적인 단결의 「데모」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무해무익한 반제공동 정책 선언 같은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련당국은 세계 공산당대회 개최에 관해 70개 공산당의 동조를 얻고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그리나 다른 소식통의 의견에 의하면 기껏해야 65개 술이 이 대회에 참석할 것이며 이들은 대개 공동의 이념 및 정치노선에 대해 어떤 적극적인 논의도 회피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모스크바」에서건 어디에서건 전체 세계공산당에 대한 정책결점이 단일체계에서 나온다는 것은 개별적 당의 자율성의 침해라고 보고 이를 배척하려는 결의를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리하여 국제공산당운동과 이보다 더 긴밀한 유대를 유지하고있는 「블럭」공산당운동은 내부의 견해차이를 조정하지 못한 채 어떤 뜻 있는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어려운 한해를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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