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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아주 대회 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67년「스포츠」계의「톱·뉴스」는 제6회 서울「아시아」경기대회를 반납하라는 지난 6월26일 박 대통령의 돌연한 지시. 온 체육인들의 꿈이 걸려 있는 70년도 서울대회는 박 대통령의『산업부문의 투자가 앞서야하기 때문에 반납할 수밖에 없다』는 한마디의 지시로 된서리를 맞은 채 이제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최종 공식태도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서울대회가 이같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은 대회개최를 너무도 쉽게 평가한 KOC의 안을 정부가 비판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예산을 검토하지도 않고 KOC의 대회유치 사절단에 2천여 만원이란 돈을 주어 활동케 했고 국무총리와 서울시장은「아시아」각국에『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고 보증까지 했다.
이제까지「아시아」경기대회 실적이나「아시아·스포츠」계의 위치로 보아 70년에 가서 우리나라가 대회를 치르자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으나 구체적인 예산의 뒷받침이 없이 대회를 유치한 것은 KOC와 정부가 다같이 책임져야할 실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밖에도 대회 반납의 한 이유로 육상·수영 등「메인·이벤트」가 워낙 뒤떨어져 개최국으로서의 체면손상이 염려된다는 것이 나왔다 하지만 이들 종목이 대회유치 때도 이미 낙후돼 있었다는 기정사실을 든다면 한낱 반납지시의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KOC는 끝까지 대회를 치르려고 막후교섭을 벌이는 한편 이 뜻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반납절차에 따르는 명분을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경비 때문에 대회를 포기한다는 사실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알고 있겠지만 국무총리까지 보증한 서울대회를 무슨 명분을 내세워 반납하겠냐는 것이 KOC의 고민이다.
물론 돈 때문에 대회를 반납하는 입장에서 구태여 명분을 찾을 겨를이 있느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지만 국가간의 신의가 걸려 있느니 만큼 그리 쉬운 문제도 아니다.
대회가 반납될 경우 우리가 입을 무형의 손실은 너무 크다. 이는 대회개최에 따르는 경비 이상의 손실이 될는지도 모른다.
정부당국이 국민에게 심어준 불신, 유치활동에 적극 협조한 해외공관의 주재국에 대한 체면손상 등 정치적 이유들 말고도 국내외「스포츠」계에서 입을 타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국내 체육계는 대회를 개최했을 경우에 비춰 10년 이상의 낙후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체육인들의 실의와 이에 따르는 체육활동의 위축, 시설미비 등이 한데 뭉쳐 한창 뻗어나가는 우리체육계에「브레이크」를 걸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적으로는「아시아」경기연맹(AGF) 회장국으로서의 인책이 뒤따르고 여기에 아울러 우리체육의 고립화가 문제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AGF에서의 발언권은 사라지며「스포츠」의 각종 국제기구에서 공산권과 맞서야 할 우리 임원의 입장은 비참해질 것이 뻔하다. 어쩌면 스스로 물러나야 할 궁지에 몰릴는지도 모른다. 이에 관련되어 우리의 두통거리인 호칭문제는 동조자를 많이 잃게됨으로써 심각한 위기에 부딪칠 염려가 있다.
또한 우리 체육의 위축에 따라 북괴는 기회를 잃지 않고 적극적인 정치공세를 펴나올 것이 틀림없다.
그럴 경우 이제까지 닦은 우리의「스포츠」외교는 수포로 돌아가며 상대적으로 북괴의 발언권이 판칠는지도 모른다.「아시아」대회반납은 67년은 고사하고 우리나라 체육 60년 사에 일대 오점을 찍는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윤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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