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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인간의 심장은 어른인 경우 큰 주먹만하다. 이 「주먹」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인체의 모든 운수율을 관리한다. 교통부 장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간의 체내에 있는 동맥·모세혈관·정맥 등 보급로의 전장은 무려 2만 4천리(9만6천 킬로)나 된다. 그 상상도 못할 방대한 운수기구를 심장은 혼자서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교통부장관」에 비유했지만, 실은 생사여부의 전능도 한 손에 쥔 절대군주이다.
가령 「심장」각하께서 동맥경화 병을 하명하시면 인간은 꼼짝없이 「꽈 당!」한다. 미국인의 가슴속에서 이런 하명은 연간 약1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다. 사망률의 「넘버·원」이다. 「심장」각하는 그처럼 대단한 분이다. 그는 휴양이라도 하게되면 인간도 영영 잠들게 되고 만다.
심장은 성인의 경우 4·7리터의 혈액을 1천 개 이상의 회로에 운반하는 작업을 평생동안 계속한다. 하루에 많이는 약 5천7백 리터의 피를 운반하다. 그런 「펌프」작업을 70인생에서 25억만 번이나 해야한다.
지난 3일 남아 「케이프타운」의 「그루트·수쿠르」병원에서는 바로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남의 심방을 이식하는 것에 성공했다. 「심장」각하도 이젠 별 수 없이 의사에게 뒷덜미를 잡힌 격이다. 환자 「위스칸스키」씨(56)는 수술 후 33시간만에 『기분이 좋다』고 역사적인 첫 발언을 했다. 이것은 인류사상 도무지 없던 최초의 『인간만세!』이다.
수술은 외과의 「그루트」박사에 의해 집도되었다. 그여 2일 밤 교통사고로 죽은(?) 여성(24)의 심장을 꺼내, 5시간이나 걸려 「위스칸스키」씨에게 이식했다. 죽은 여자의 심장을 적출하는 수술 시간만 해도 6시간이나 걸렸다. 인간의 능력은 이쯤 되면 신비의 경지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엔 어딘가 개운치 않은 구름이 있다. 심장의 적출은 완전사자의 경우는 전연 불가능하다. 생명의 등불이 깜박이는 심장이라야 이식이 가능한 것이다. 시체실에서 누구의 심장이나 떼어다 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심장으로 생명을 연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뜻한, 살아 움직이는 심장을 어떻게 떼어낼 수 있겠는가. 물론 「비비안·리」처럼 그가 죽은 뒤 두 눈을 남에게 주라는 유언장이라도 남겼다면 모른다. 앞으로 의학이 극도로 발달하면 『제가 죽을 것 같이 보일 때 얼른 제 심장을 꺼내서…』하는 조의 유언장이라도 써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만세!』이전에 섬뜩 살벌한 생각이 먼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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