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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2시간9분36초4.
이 시간은 인간이 오로지 체력만으로 감당해낸 세계최고기록 중에 하나로 기억될 만 하다. 지난 3일 일본복도에서 열린 국제 조일「마라톤」경기에서 호주의 「데레크·클레이런」선수는 당당 그 왕자가 되었다. 그는 단순히 빨리 뛴 만으로 세계의 갈채를 받은 것은 아니다. 인간의 오랜 꿈이던 2시간10분의 벽을 뚫고 나간 것에 세계는 깜짝 놀란 것이다.
「마라톤」기록이「10분」으로 접근한 것은 「인간기관차」「아베베」가 출현한 이후이다. 그는 3년 전 동경「올림픽」에서 12분17초를 기록해 사람들은 입을 딱 벌렸었다.
「클레이턴」의 경우는 도대체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신비로운 호기심마저 갖게 한다.
2시간의 기록도 가능할까. 「아베베」는 「2시간5분」에서 발이 묶일 것이라는 예언을 한 적이 있다. 하긴 인간의 한계가 폭로되면, 경지의 신비성이 소멸될 것 같아 퍽 서운하다.
「크레이턴」은 이번 경기에서 육상경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더 한층 흥미를 끈다. 우선 그는 「스타트」부터 1등으로 다렸다. 이른바「페이스 ??분법」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처음에는 슬슬 뛰고 차츰 호흡을 맞추어 가며 마지막에 가서 채찍질을 한다는 식의 종래기법은 이번에 코가 납작해졌다. 마치 1백미터를 뛰는 마음가짐으로 1천5백미터를 뛰듯이 42·195키로를 처음부터 냅다 달린다는 식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신화도「클레이턴」은 뒤엎었다. 그는 1백88센티의 꺽다리에 73키로의 뚱보였다. 씨암닭처럼 뒤뚱거리지야 않았겠지만, 작은 고추는 분명히 아니었다.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클레이턴」은 뻐기지 않고 연습과 식사라고 말했다. 우선 먹는 것은 제일 먼저 식탁에 앉아서 제일 나중에 일어나자는 주의이다. 그동안 노상 먹어댄다. 「호텔」에서 주는 정식의2, 3배가 보통. 그리고「비프스틱」두 조각 빵 세접시. 연습은 하루도 그치는 일이 없이 전천후로
이번 대회에 한국은 초청도 받지 못했다. 「15분 이상」은 자격도 없다. 한국은 70년대나 가야 15분대를 돌파(?)할 계획이다. 「클레이턴」은 한때 「마라톤」왕국이던 우리를 더 한층 쓸쓸하게 만든다. 놀라지나 말고 어서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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