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무릎 퇴행성관절염에 대한 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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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근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정형외과전문의

인천에 사는 한모(74)씨는 몇 년 전부터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진통제만 먹으며 지냈다. 기초노령연금 말고 별다른 수입이 없다 보니 병원비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웃에서 다른 병원에 비해 반값으로 인공관절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그 병원을 찾았다. 예상대로 그는 150만원대에 수술을 받고 예전처럼 건강한 생활로 돌아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가장 큰 고민은 질병과 경제적인 문제다. 질병으로 의료비가 많이 들지만 별다른 수입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병을 키운다. 이렇다 보니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종종 치료를 미룬다. 고가의 치료비로 방치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무릎 퇴행성관절염이다.

무릎연골이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고, 심지어 무릎이 휘어 O자형 다리가 돼 보행이 불편해진다. 인공관절 수술은 60~70대가 전체 수술 건수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노인환자 비중이 높다. 하지만 수술비는 300만∼500만원 정도로 서민층이 부담하기에 매우 비싸다. 그러다 보니 수술을 주저하는 어르신을 자주 본다.

하지만 수술비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공관절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므로 환자는 병원급 기준으로 총 수술비의 2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여기에 수술 전 검사비 등을 추가해도 100만∼150만원(한쪽인 경우)이면 가능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고가의 수술로 알려졌을까. 그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 때문이다. 비급여 항목은 환자에게는 필요하지만 정부가 대신 지불하기엔 부담이 되거나 환자 입장에서 좀 더 편안한 치료를 받기 위해 개인이 지불하는 돈이다. 예컨대 MRI(자기공명영상촬영)나 초음파검사, 수술 후 통증을 완화하는 무통주사, 1인실이나 2인실 등 상급병실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환자에 따라 1∼2인실을 원하기도 하고 다인실을 선택하는 분도 있다. 또 건강한 환자에게는 필요 없지만 어떤 분에게는 꼭 필요한 검사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본인 형편에 맞게 꼭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 진료 항목을 조절하면 100만원대에서부터 150만원 수준으로 인공관절수술을 받을 수 있다.

환자는 수술비용이 낮으면 그만큼 치료 성적이 안 좋은 것 아닌가 걱정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연 7만여 건 시행할 정도로 일반화됐고, 수술방법도 정형화돼 있다. 또 수술에 사용하는 기구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인정한 품질에 하자가 없는 것이므로 시술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단, 고령환자이거나 지병이 있다면 정밀진단을 요구받을 수 있다. 이때는 다소 가격이 올라간다. 사실 인공관절 수술 결과는 의사의 충분한 임상 및 수술경험이 더 중요하다.

자신이 받는 치료 내용을 들여다보고 꼭 필요한 항목인지를 꼼꼼히 따져본 뒤 수술을 결정한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은 항상 열려 있다.

최정근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정형외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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