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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레저] 푸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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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껫 최대 해변 빠통비치가 석양으로 물들기 무섭게 빠통타운에는 울긋불긋한 네온사인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도로에 면한 수많은 바는 시끄러운 음악을 쏟아내고 싸구려 기념품을 파는 가게나 다소 비싼 상품을 파는 잡화점도 관광객들과 주인의 흥정이 한창이다. 이곳이 과연 15m의 파도가 몰려와 1000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 바로 그 나라가 맞는가?

지난해 12월 26일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태국에선 5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인명피해 규모로는 인도네시아.스리랑카.인도에 이어 네 번째다. 푸껫의 인명피해는 960여 명 수준. 그래도 이곳이 쓰나미 피해지의 대명사처럼 된 것은 국제적인 휴양지라는 유명세 때문이다. 더구나 쓰나미 피해를 본 한국인 대부분이 푸껫 인근 피피섬에서 숨졌기 때문에 푸껫은 한동안 쓰나미 망령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빠통의 밤은 화려함과 생기를 과시하고 있었다.

밤을 벗어던진 바다는 크리스털 블루가 어떤 색인지를 일깨워준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저 아름다운 바다는 충동과 유혹의 대상이다. 푸껫에 뿌리박고 살아온 사람들도 요즘 바다 칭찬에 침이 마른다. 육지를 할퀴고 간 해일은 바다 깊숙한 곳도 뒤집어놓았고 덕분에 푸껫의 해변은 20여 년 오염의 흔적을 덮고 쪽빛 바다로 돌아갔다. 540개에 이르는 호텔들도 대부분 정상을 되찾았다. 바다보다 20여m 높은 곳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클리프 호텔처럼 바닷물이 아예 오지도 않은 호텔들도 많다.

물론 재앙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해변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직도 공사 중인 건물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아직 방문객을 받지 못하는 인근 까오락에 비해 피해 정도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의 공사 속도라는 것이 답답한 수준이란다.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건기가 끝나가는 이 즈음엔 3만2000여 개의 객실이 가득 찼겠지만 요즘엔 20%도 차지 않는다.

한 해 태국을 찾는 1000만 관광객 중 300만 명의 행선지가 푸껫이다. 무려 1조9000억원에 이르는 관광수익 손실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태국 정부는 "쓰나미 피해는 모두 극복됐으니 돈이 아닌 관광객을 보내 달라"고 호소한다. 태국 정부의 주장처럼 관광을 위한 푸껫의 기반시설은 이미 복구됐다. 문제는 정서적인 면이다. 수많은 사람이 숨진 곳에 놀러가는 것이 찜찜하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건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천혜의 휴양지를 싼 값에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만큼 올 여름 휴가 때 푸껫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푸껫=최현철 기자

*** 여행 정보

푸껫을 비롯한 태국 남부지방은 우기(5~11월)보다는 건기에 가는 것이 좋다. 호텔은 대부분 해변을 끼고 있다. 14개의 푸껫 해변 중 가장 큰 곳은 빠통비치.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카론비치와 카타비치를, 좀 더 은밀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카타노이와 나이한비치가 좋다. 피피섬은 한국인 피해가 심했지만 그만큼 절경이 즐비하다. 끊겼던 한국과의 직항로가 지난 2월 오리엔탈 타이항공이 뜨면서 다시 열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곧 전세기를 다시 띄울 예정. 4월 말까지 성수기지만 한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겨서 인지 저렴한 가격에 다녀올 수 있는 상품이 나오고 있다. 가야여행사는 르 로열 메르디앙 요트클럽에서 숙박하고 산호섬과 팡아만 등을 둘러보는 4박5일 상품을 59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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