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소식] 마누엘 올리비에의 새영화 '여자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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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마누엘 올리비에의 새영화 '여자들... 또는 아이들 먼저...(Les femmes... ou les enfants d'abord...)'는 '떼 끼에로(Te quiero)'의 상업적 실패 이후, 자신의 영화중 유일하게 대중적 성공을 거둔 '웨스턴(Western)'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다. 우선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해리'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주인공 세르즈 로페즈와 사샤 브르도, 세르즈 라아브킨, 마릴린 칸토 등 다른 조연급 배우들 모두 '웨스턴' 출연했었다. 영화 찰영 장소도 브르타뉴 지방으로 동일하다.

이런 영화적 외형 이외에도, 다른 많은점에서 '웨스턴'과 '여자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특히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감독의 오랜 화두와 가족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관계들을 주제로 사용한다.

톰(세르즈 로페즈)은 문화센터 원장으로 부인과 3명의 아들을 둔 안정적 가정의 30대 후반 가장이다. 밖에서는 여전히 여자들에게 인기있는 남자이기를 원하지만, 가족내에서는 더할수 없이 충실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어느날 오래전에 헤어진 옛애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난생 처음 알게된 자신의 8살난 딸을 맡아주기를 원한다.

아마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이러한 남자 또는 가장으로서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하는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톰은 부인에게 솔직히 이야기하는 정면돌파 방법으로 이 사태를 해결한다. 영화의 후반부는 새로운 가족구성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 촛점을 맞추는데 별다른 갈등이나 고비는 없다. 호시탐탐 외도의 기회를 노렸던 톰도 한순간 가정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가족들의 이해로 무사히 넘긴다.

톰의 가족과 그의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 영화는 감독 마누엘 올리비에가 '웨스턴'에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줬던 장점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영화 마지막 축제 장면에서 감독이 직접 출연해 주인공 톰에게 묻는 사랑에 대한 질문에 "여자들, 또는 아이들을 먼저 고려해야한다"는 이 영화의 주제이자 제목이기도 하다.

감독 마누엘 올리비에는 세르즈 로페즈를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다시 한번 기용했는데,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과 장-삐에르 레오와의 관계와 자주 비교되는 이들 둘은 감독의 첫영화인 '안토니오의 여자친구(La petite amie d'Antonio)'부터 줄곳 같이 작업해왔다. '웨스턴'의 상업적 성공으로 세르즈 로페즈는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었는데, 나탈리 베이와 연기한 '포르노그라피 관계'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칸 영화제 출품작인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해리'로 세자르상을 수상했다.

박정열 명예기자 jungyeul.park@lingusit.jussieu.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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