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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중학의 입시원서 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 24일로써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의 전기중학입시 원서접수가 마감되었다. 불과 닷새밖에 안 남은 입시 날짜를 앞두고 각기 마지막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을 전국 30만 어린이들과 그 학부형·자모들의 노심초사하는 심경에 대해서 우리는 깊은 등정과 성윈을 보내면서 남겨진 앞으로의 수일간 더욱 건강한 심신의 연마에 유의해 즐 것을 당부코자 한다.
서울의 원서접수상황을 보면 올해의 입시경쟁도 결코 예년에 못지 않게 처참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의 경우 통계상으로는 전·후기를 합한 남녀 1백21개 중학교의 신입생 모집정원은 신설 인가된 77개 학급까지를 포함하여 모두 총6만9천9백52명이고, 이에 대한 진학 희망자 총수는 남녀 재수생과 타도출신 지원자까지를 합쳐 모두 9만3천4백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계 되고 있다. 따라서 총체적으로는 아무래도 이중 1만8천7백여 명(20%)이 낙방의 고배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울한 전망을 갖게 해주고있는 것이다.
더욱이 전기중학의 지원상황을 보면, 그 경쟁의 치열 상은 여전히 눈물겨울 정도이다. 교과서대로의 출제를 누차 다짐해온 당국방침의 탓으로 소위 일류학교에의 집중현장은 도리어 예년보다 더 현저하고, 전반적으로는 종래 정원미달이던 학교에 있어서까지도 평균 2·2대1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구태여 과외공부의 폐단을 논하지 않더라도, 불과 12세 안팎의 어린이들에게 그 인생의 첫 관문에서 이처럼 처참한 고배를 마시게 한다는 것은 우리 국가사회의 커다란 책임이요, 또한 어른들의 죄악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비참한 입시지적의 해소를 위해서는 입시문제의 교과서 내 출제방침 따위, 고식적인 방법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수립이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절감케 하는 소위이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는 올해의 입시경장이 적어도 필답시험위주로 하는 전형방법으로서는 단연코 마지막 것이 되기를 희망한다. 때마침 서울시내 초등학교교장 단에서는 전면적인 9년 제 의무교육제도의 실시와 중학입시에 있어서의 추첨제 실시 등을 건의한바 있고, 또 전국교직자들의 모임인 대한교련 대의원대회에서도『6백만 어린이들을 입시지옥에서 구해내자』는 결의를 한바 있다. 당국은 이와 같이 사회 일 각에서 비등하고있는 여론의 정당성이 이번 전기 중학입시원서 접수상황을 봉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임을 직시해야만 할 줄로 안다.
따라서 우리는 올해의 중학입시수험생과 그 보호자들에게 설사 그 첫째 번 입시경쟁에서 탈락하는 일이 있더라도 결코 낙심치 말고 앞으로 있을 후기중학의 입시와 또 내년도 이후를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지명을 가져주도록 지금부터 당부하려고 한다. 국가와 사회의 여론이 이제 결정적으로 중학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는 방향으로 기울어져있고, 또 긴 안목으로 볼 때에는 이미 일류학교 병 따위의 집념이 어린이들 개개인의 장래나 국가사회를 위해 아무런「플러스」를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는 이때, 목전에 다가온 입시에 임하는 모든 수험생들과 그 학부형들의 태도는 명랑 일색으로 바꾸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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