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내 온도·습도 관리 안 되면 기계·금형·재료 손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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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호 07면

‘최후의 7인 귀환’으로 개성공단에 남측 인원이 사라진 뒤 첫날인 4일, 공단에 회사를 남겨 둔 기업인들은 더 노심초사다. 공단이 아예 폐쇄된 것도 아니고 남북 모두 정상화 여지를 남겨 놓은 듯해 기계를 재가동시키고 원재료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유지해야 한다는 조바심은 커진다. 문제는 공장 내 온도와 습도의 관리다. 기계는 민감해 닦고, 조이고, 기름 치지 않으면 쉽게 망가진다. 재료도 보관 온도에 민감하다. 적정 온도를 넘어가면 상하고 버려야 한다.

남측 인원 사라진 개성공단의 첫날

3일 귀환한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공단 내 기업 자산에 안전장치를 해 놓고 나와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안전장치 수준이 공장 문을 잠가 도난에 대비하는 정도일 뿐 기업 특성을 반영한 설비의 안정적 운용, 원재료의 적절한 보관을 위한 대비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에스제이테크는 공장의 원재료 보관실 온도를 0도로 유지해 왔다. 이를 위해 온도·습도 관리장비도 설치했다. 유창근 대표는 “이달 중순까지 온도·습도 관리가 안 된 채 공장을 방치하면 상당수 기계와 금형이 망가지고 원재료는 못쓰게 될 것”이라며 “북측 근로자라도 나와 조치를 취해 줬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답답해했다.

금형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도 역시 발을 동동 구른다. 금형은 면이 매끄러운 상태를 유지하도록 끊임없이 관리해 줘야 하는데 방치하면 녹이 슬고 면의 상태가 유지되지 못해 제품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화장품 용기를 생산해 온 태성산업 배해동 회장도 “금형 800벌을 비롯해 개성공단 공장에 들어간 설비 투자액만 300억원이 넘는다”며 “기계·금형 관리를 위해 우리 기술자들이 빨리 올라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성공단 진출기업인 대화연료펌프의 유동옥 회장은 “공장 재가동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공장은 망가지고, 고객은 떨어져 나가 개성엔 공장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며 “열흘 이내에 결정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3일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남북한의 즉각적 대화 ▶생산 완제품 반출 ▶방북 승인을 요청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설비에 대한 맞춤형 관리를 위해서는 해당 기업 직원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처음부터 북한이 거부한 것”이라며 “입주기업의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우리 측 인원이 없는 상황에서 북측 근로자가 들어간다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4일 “개성공업지구가 완전 폐쇄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괴뢰 패당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며 남측 책임론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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