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건 작건 블랙홀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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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은하계 중심부에 있는 거대한 블랙홀과 주변 항성계에 존재하는 소형 블랙홀 사이에는 깜짝놀랄 만한 유사성이 있다. 비록 속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들은 똑같이 원기왕성한 노래를 연주한다.

영국의 천문학자들은 수많은 블랙홀의 X-레이 방출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은 큰 블랙홀에서는 방출량이 느리게 변화하는 반면, 작은 블랙홀에서는 훨씬 민첩하게 X-레이 방출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큰 블랙홀은 태양보다 10억 배 정도 무겁고, 불규칙적인 양의 은하계 가스를 흡수한다. 물체가 블랙홀의 중심으로 다가오면 블랙홀은 X-레이 등의 에너지 파동을 압축했다가 발산한다. 이때 X-레이 방출량의 변화 주기는 몇 시간에서 몇 년까지 걸린다.

반면 작은 블랙홀들은 항성 물질들을 먹어치운다. 이것들의 에너지 방출 변화 주기는 1/1000초나 초단위로 측정된다.

그러나 사우스햄프턴 대학의 연구자들은 이 소형 블랙홀들의 변화 주기 속도를 1백만분의 1로 늦출 경우, 대형 블랙홀과 놀라운 유사성을 띤다고 말한다.

천문학자 필 어틀리는 "만일 X-레이 방출량이 크면 고음으로 표시하는 식으로 블랙홀의 X-레이 방출량을 음표로 기록한다면 이것은 음악 같지 않을 것이다. X-레이 방출량의 변화는 근본적으로 무작위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율(tune)' 자체는 음악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선율이 변화하는 기본 패턴이 우리가 듣는 음악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블랙홀은 즉흥 연주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어틀리와 동료들은 지난 6년간 나사(NASA)의 로시 X-레이 타이밍 익스플로러(Rossi X-ray Timing Explorer) 위성을 이용해 중앙 은하계의 블랙홀을 관찰했다.

블랙홀이 똑같은 선율로 X-레이를 분출한다는 사실은 천문학자들에게 귀중한 연구자료가 될 수 있다.

어틀리는 "녹음 속도만이 유일한 차이점이며 이것은 블랙홀의 부피에 의해 좌우된다. 대형 블랙홀은 느리게 변화하는데 우리는 이 X-레이의 변화성을 이용해 더 크고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블랙홀의 크기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Richard Stenger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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