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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82그램의 빵 한 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과외공부다」「치맛바람이다」하여 거의 매일같이 신문의 사회면을 휩쓰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또하나의 눈동자-.
이른바 「결식아동」이라는 관사가 붙은 이어린이들에겐 「오늘」이 절박하다.
점심시간이되어 다른 어린이들이 도시락을 맞대고 재잘거리며 입맛을 돋우고 있을 때 체념과 선망의 눈초리로 멍하게 바라보는 어린이들.
이어린이들에게 베풀어온 1백82그램 짜리빵한개는 이러기에 더욱 흐뭇했다.
굶주림이 열등 의식(?)을 낳을망정 천진한 고마들의 표정한구석이 어언간에 밝아온다.
우방 미국이 베푸는 원조가운데 고마움을 피부로 느끼는 이 귀중한 방한개이기에 주위에서 보내는 눈초리도 아랑곳 없다.
2개이건 3개이건 오히려 모자랄 그 나이, 그러나 이들은 1개의 빵조차 다먹지않고 집에서 기다릴 동생을 생각하여 반조각을 남긴다. 그래서 더욱 보람있는 사업이라고 여겼다. 이것이 암담해졌다니 정말 딱하다. 며칠전의 사회면기사를 읽고 오히려 신문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2백만 아동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던 이사업이 「유솜」측의 통고로 『국민학교 급식 전면중단』이라는 선고를 내리고 말았다. 주어야 받는것이니까 받는측으로선 속수무책이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의1이라도 받는측 관계자들의 실수로 빚어진 일이라면 이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남에게만 의존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우리손으로 후손들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어른들은 저마다 가슴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굶주림을 찾아가며 악착같이 배움의 길을 걷고있는 결식 아동들에게 한 개의 빵을 나누어주며 느끼던 가지가지 일들이 다시 생각되며 어른들의 실수로 어린이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고 외치고 싶다. 그 샛별같은 까만 눈동자에게 희망아닌 실망을 안겨주지 말라.<서울동명국민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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