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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신종 AI 백신 개발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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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세포분자병리학)

중국 동남부 지역에서 처음 감염 사망자를 낸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7N9형)가 수도 베이징(北京)을 포함한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했다가 자국으로 귀국한 대만인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신종 AI는 인접 지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현재까지 중국 내에서만 122명이 감염돼 24명이 사망, 치사율은 20%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종 AI는 인류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이라고 한다. 일단 발병하면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면서 호흡이 곤란해 인공호흡기 없이는 호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감염자들은 이로 인한 뇌손상·장기기능손실·근육손실 등 합병증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재래시장의 가금류를 신종 AI 매개체로 확인했다. 사람을 감염시킨 바로 그 바이러스가 재래시장 가금류에서 검출됐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 AI가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지만 매개체인 가금류에는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매개체를 통해 일어나는 확산을 막아내기란 사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한 지역에서의 감염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자면 사람 간 전염이 필수적이다. 아직까지는 사람 간 전염, 특히 감염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쉽게 전염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중국 연구진에 따르면 신종 AI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유전적 다양성을 획득해 사람 간 전염 위험이 크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람 간 전염을 통한 대유행의 위험이 있는 것이므로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 신종 AI 감염자에 대한 일차적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타미플루는 효과적인 치료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까지는 이 약에 내성을 가진 신종 AI 변이체가 나타나지 않아 약이 잘 듣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유행 상황이 되면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 자체를 살상하는 게 아니고 세포에 침입해 대량으로 증식한 바이러스가 새로운 감염을 일으키기 위해 세포를 탈출하는 것을 저해하는 것이라 내성이 생기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다. WHO는 타미플루 사용에 대한 권고를 지킬 것을 강조하는데 혹시 남용에 의해 내성 바이러스가 생기면 전 세계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확실한 대처는 백신이다. 백신은 바이러스의 침입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살상까지도 하는 원천적인 방어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종 AI에 대한 백신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신종 AI와 같은 대응에 있어 최소한 네 가지 이상의 백신 생산 방식을 확보해 대유행과 같은 긴급 상황이 되면 신속히 대량의 백신공급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한 종류의 백신 생산 방식만이 가능하며 이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하자면 최소한 6개월이 필요하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 신종 AI가 대유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그러므로 이제 우리도 적극적으로 백신 개발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개발 및 생산 기술을 이용해 즉시 신종 AI 백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단기간 내 극대화된 대량생산이 가능한 새로운 백신 생산 기술도 이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런 기술은 다른 대유행 백신을 준비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이상하게도 신종 AI와 같은 감염병 발병이 세계적으로 잦다. 이들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내자면 백신에 대한 준비가 확실해야 한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세포분자병리학)